아무리 시즌 초반이라도 너무 못 친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FA 먹튀’ 앤서니 렌던(34·LA 에인절스)과 크리스 브라이언트(32·콜로라도 로키스)의 2024시즌 출발도 시원찮다.
팀별로 4~7경기씩 치른 시즌 초반이지만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기준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그 타자 210명 중 안타가 없는 타자는 6명 있다. MVP 2회에 빛나는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1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는 게 의외이지만 크게 걱정하는 이들은 없다.
하지만 하퍼와 달리 렌던과 브라이언트의 무안타는 ‘역시나’라는 반응을 낳고 있다. 렌던은 2일 마이애미 말리스전에서 8회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15타석 만에야 시즌 첫 출루에 성공했다. 브라이언트는 지난달 3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4타수 무안타 4삼진을 당했다.
시즌 성적은 렌던이 15타수 무안타에 1볼넷 5삼진이고, 브라이언트는 14타수 무안타에 1볼넷 8삼진으로 무기력함을 보이고 있다. OPS로 따지면 렌던(.063)이 규정타석 210명 중 꼴찌이고, 브라이언트(.125)는 208위로 뒤에서 3번째. 표본이 적은 시즌 초반이지만 FA 계약한 뒤 추락 중인 두 선수라서 팬들은 혀를 끌끌 차고 있다.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에인절스와 7년 2억4500만 달러의 대형 FA 계약을 따낸 렌던은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만 풀로 뛰었다. 2021년부터 사타구니, 무릎, 햄스트링, 고관절, 손목, 정강이 등 여러 부위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2021~2023년 3년간 무려 9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몸이 안 좋으니 성적이 좋을 리 만무했다. 워싱턴 시절 7년간 통산 타율 2할9푼 OPS .859로 활약했지만 에인절스에 와선 5년간 타율 2할4푼4리 OPS .744로 폭락했다.
2016년 내셔널리그(NL) MVP를 차지하며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이었던 브라이언트도 추락을 거듭 중이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콜로라도와 7년 1억8200만 달러 FA 대박을 쳤지만 첫 해부터 허리, 왼발 족저근막염으로 42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발뒤꿈치 부상으로 80경기 출장에 그치면서 유리몸으로 전락했다. 콜로라도에 오기 전 7년간 통산 타율 2할7푼8리 OPS .880을 기록했지만 콜로라도에선 3년간 타율 2할5푼1리 OPS .721로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두 선수 모두 올봄 논란이 된 ‘실언’으로 팬들에게 ‘밉상’으로 찍혔다. 렌던은 “야구가 내게 최우선 순위였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야구는 직업이고,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한다. 가족이 우선이기 때문에 야구를 떠날 수도 있다”고 너무 솔직한 말을 해서 뭇매를 맞았다.
브라이언트는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이 크지만 (FA 계약 전 콜로라도의) 유망주들에 대해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팀 내 유망주를 비하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뒤 ‘오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콜로라도는 선수에게 편한 곳이다. LA 다저스처럼 외부 압박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