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에서 배운 전투력으로 위기의 롯데 자이언츠를 살렸다. 프로야구 롯데 내야수 손호영(30)이 트레이드 2경기 만에 승리의 주역이 됐다. LG에서 꽃피우지 못한 잠재력을 롯데에서 터뜨릴 기세다.
손호영은 지난 2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6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8회 결승타를 터뜨리며 3타수 2안타 1타점 1사구로 3출루 활약을 했다. 손호영 활약에 힘입어 롯데도 7연승 중이던 한화에 1-0으로 승리, 최근 2연패에서 벗어나며 시즌 2승6패를 마크했다.
롯데로선 반전이 필요한 시기였다. 시즌 초반이라고 하더라도 1승6패 9위로 처지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반전이 필요한 시점에 김태형 롯데 감독 요청에 의해 LG와의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사이드암 유망주 우강훈 내주고 즉시 전력 내야수 손호영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적 첫 경기였던 지난달 31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 6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한 손호영은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김태형 롯데 감독은 2일 한화전에도 수비 위치만 3루에서 2루로 바꿨을 뿐 손호영을 6번 타순에 그대로 기용했다. 김태형 감독은 “스피드가 있고, 방망이도 힘이 있는 선수이니까 치다 보면 좋아질 것이다. 스윙이 조금 짧아지고 간결해졌다”고 기대했다.
그 기대에 손호영이 응답했다. 2회 첫 타석에서 한화 선발 리카르도 산체스에게 1~2구 연속 헛스윙으로 투스트라이크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지만 3구째 높은 직구를 중전 안타로 연결하며 이적 첫 안타를 신고한 손호영. 4회에는 몸에 맞는 볼로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0-0으로 맞선 8회 결정적 한 방을 터뜨렸다. 1사 1,3루에서 대타 노진혁이 한화 마무리투수 박상원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자칫 공격 흐름이 끊길 수 있는 상황에서 손호영이 박상원의 초구부터 스윙을 돌려다. 파울이 되긴 했지만 2구째 몸쪽 직구를 받아쳐 좌익수 앞에 빠지는 안타로 연결했다. 3루 주자 황성빈을 홈에 불러들인 적시타. 롯데 이적 이후 첫 타점이 결정적 순간에 나왔다.
8~9회 롯데 필승조 최준용과 김원중이 실점 없이 막고 1-0 승리를 지키면서 손호영이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손호영은 “결승타를 치긴 했지만 우리 투수들이 실점을 안 하고 잘 던져줬다. (8회 타석 때는) 앞에서 (전)준우 선배님께서 살아나가 찬스를 만들어주셔서 잘할 수 있었다”며 “스트라이크 같으면 치자는 마음으로 휘둘렀다. 최대한 생각 없이 하려고 했다”고 결승타 상황을 말했다.
미국 시카고 컵스 마이너 출신으로 2020년 LG에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입단한 손호영에겐 첫 이적이었다. LG에서도 나름 기대를 받고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거의 매년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으나 마냥 기쁨을 만끽할 순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 후 안치홍의 FA 이적과 시즌 전 한동희의 옆구리 근육 파열 부상으로 내야가 헐거워진 롯데가 그를 주목했고,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손호영은 “롯데에 오면서 기회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장) 안 돼도 조급해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야구를 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감독님도 타격할 때 한 번 와서 조언을 해주시는 것 말곤 딱히 해주신 말이 없다. 처음 와서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다. 일부러 부담 갖지 않도록 배려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보니 내부 경쟁이 치열했고, 손호영도 뭔가 보여주고 마음이 너무 앞섰다. 롯데에 오면서 마음가짐도 바뀌었다. 그는 “항상 조급하고 두려움이 많았다. 롯데에선 그런 걱정과 불안감 없이 거침없이 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제2의 야구 인생으로 마지막 팀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팀을 떠났지만 LG에서 배운 것도 손호영에겐 아주 큰 자산이다. 그는 “LG에서 (김)현수형, (오)지환이형에게 전투력 같은 것을 많이 배웠다. 파울이 되더라도 끝까지 따라가는 게 좋은 모습이라고 배워서 전투력 있는 선수가 되려고 한다”며 “시즌 전에는 목표가 없었는데 롯데에 와서 주전을 하는 게 목표가 됐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이적 2경기 만에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며 팀의 연패를 끊은 손호영이 롯데의 막힌 혈을 뚫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