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LA 다저스와의 라이벌 경기에서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깜짝 놀랐다.
이정후는 지난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시즌 메이저리그 다저스와의 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3-8로 패해 2연패에 빠졌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27억원)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이정후는 지난달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시즌 성적은 5경기 타율 3할1푼6리(19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 1득점 OPS .849를 기록중이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 함께 뛰었던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를 맡고 있는 샌디에이고와의 4연전에서는 이정후와 김하성의 재회가 큰 화제가 됐다. 이정후와 김하성은 경기 내내 서로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며 훈훈한 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로 넘어와 만난 다저스는 샌디에이고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샌프란시스코의 최대 라이벌인 다저스 팬들은 샌프란시스코와 관련된 모든 것을 거부하겠다는 듯이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플레이에 야유를 하고 다저스에는 큰 환호성을 보냈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는 양키스-보스턴, 컵스-세인트루이스와 더불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벌 중 하나다. 두 팀 모두 뉴욕을 연고지로 하는 미국 동부팀(당시 뉴욕 자이언츠와 브루클린 다저스)이었지만 뉴욕에서 양키스가 인기를 독식하자 1957년 미국 서부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자이언츠가 샌프란시스코, 다저스가 로스앤젤레스에 자리를 잡으면서 두 팀은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이자 라이벌로 떠올랐다.
최근 정규시즌 성적은 다저스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2021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1게임차로 놓치며 2위에 머물렀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다시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2010년대 들어 월드시리즈 우승 성적은 샌프란시스코가 앞선다. 샌프란시스코는 2010년, 2012년, 201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짝수해 왕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다저스는 최근 11년 동안 10차례 지구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월드시리즈 우승은 코로나19로 인한 단축 시즌이 진행된 2020년이 유일하다. 또한 2021년에는 샌프란시스코가 1게임차로 아슬아슬하게 지구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저스의 9년 연속 지구 우승 도전을 좌절시키기도 했다.
치열한 라이벌전인 만큼 다저스 팬들은 경기 시작 전 선발 라인업을 소개하는 순간부터 야유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이정후가 아무런 플레이를 하지 않았음에도 선발 라인업에 ‘1번타자 중견수 이정후’라는 방송이 나오자마자 다저스 팬들의 야유가 터져나왔다. 야유는 마지막 9번타자의 이름이 불릴 때까지 계속됐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발 라인업 소개 때 야유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나도 신기했다. 옆에 선수들에게 물어보니까 원래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이어서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의 라이벌 관계에 대해 “LG랑 두산이 라이벌이라고 하는데 서로 야유는 안한다. 야유를 듣고 좀 놀랐다. 키움에 있었을 때는 라이벌 팀이라고 생각하고 야구를 했던적이 없는데 여기서 라이벌 경기도 해봐서 재밌었다. 야유 같은 것은 맨날 들어야 할 것 같아서 적응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저 스타디움에서는 다저스를 향한 일방적인 응원이 계속됐지만 이정후를 보기 위해 다저 스타디움을 찾은 한국팬들은 꿋꿋하게 이정후를 큰 목소리로 응원을 했다. 이정후는 “(한국팬들의 응원이) 타석에서는 잘 안들렸는데 수비를 나갔을 때는 많이 들렸다. 덕아웃에 있을 때도 응원소리가 들려서 너무 감사했다. 이렇게 한국교민분들께서 많이 와주셔서 응원해주신 덕분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더 좋은 플레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