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달라며 신인선수의 자세를 강조했다.
이정후는 지난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시즌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2타수 무안타 3볼넷을 기록했다.
KBO리그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OPS .898을 기록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26억원)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 중 역대 최대 계약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이정후에게 버스터 포지(9년 1억6700만 달러), 자니 쿠에토(6년 1억3000만 달러), 맷 케인(6년 1억2750만 달러), 배리 지토(7년 1억2600만 달러)에 이어서 구단 역대 5위에 해당하는 대형계약을 안겼다. 이 때문에 샌프란시스코가 오버페이를 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시작하자마자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부터 13경기 타율 3할4푼3리(35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6득점 2도루 OPS .911로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정후는 지난달 29일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데뷔전 성적은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역대 27번째 메이저리그 선수가 된 이정후는 한국인타자 5번째로 데뷔전 안타를 기록했고 2번째로 데뷔전 타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경기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정후는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멀티히트를 때려냈고 역대 최초로 데뷔 첫 2경기에서 모두 타점을 기록한 한국인타자가 됐다.
타격감을 끌어올린 이정후는 지난달 31일 메이저리그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을 터뜨렸다. 샌프란시스코가 3-1로 앞선 8회 1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좌완 구원투수 톰 코스그로브를 상대로 3구 77.8마일(125.2km) 스위퍼를 받아쳐 우측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타구속도 104.4마일(168.0km), 비거리 406피트(124m)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공식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에서 모두 홈런이 되는 대형홈런이다. 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한 이정후는 한국인타자 최초로 데뷔 첫 3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내며 최고의 출발을 했다.
이정후는 개막 4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지 못하며 아쉽게 데뷔 첫 3경기 연속 안타 기록이 끝났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볼넷을 골라내며 데뷔 첫 3출루 경기를 했다. 시즌 성적은 4경기 타율 2할8푼6리(14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 1득점 OPS .868을 기록했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커리어 시작은 기대 이상이다. 이정후의 활약을 상대팀에서 지켜본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은 이날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쳤다. 너무 축하하고 대단한 스타트를 하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초반이기 때문에 조금 더 리그에 적응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거라고 확신한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매체들도 이정후의 파워에 주목하고 있다. 이정후가 데뷔 첫 홈런을 친 지난달 31일 경기가 끝난 뒤에는 이정후의 파워에 관한 미국매체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밥 멜빈 감독은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이제 이정후가 원래 파워도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이정후의 타격훈련을 봤고,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에서 활약한 것을 봤다. 그는 타구속도 105마일(169.0km) 이상의 타구를 꾸준히 때려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구장 중에서도 투수친화적으로 평가받는 펫코 파크에서 홈런을 때려낸 것에 감탄하는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 이정후는 “나는 한국에서 첫 홈런을 쳤을 때도 한국에서 가장 큰 구장(잠실구장)에서 홈런을 쳤다”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맞추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맞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홈런을 날리는 능력은 조금 떨어져도 2루타, 3루타는 많이 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한국에서도 그렇게 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답했다.
첫 홈런 이후 쏟아지는 관심에 이정후는 “아직 뭔가를 보여줬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빨리 적응하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보니까 좋은 플레이가 하나씩 나오는 것 같다. 홈런치려고 온 것은 아니다. 내 플레이를 더 열심히 해야한다. 홈런은 출루를 하려다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0홈런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30홈런은 다음 생애에 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미국매체들이 컨택 능력만 생각을 하다가 장타를 보여줘서 놀란 것 같다는 말에 이정후는 “파워를 늘리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것은 없다. 나는 항상 선수가 자신을 평가할 때 자기 객관화가 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어떤 유형의 선수인지 선수 본인이 잘 판단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일단 홈런타자는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이어서 “컨택도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정말 공만 잘 맞추는 타자가 있고, 공을 맞춰서 인플레이타구를 만드는 타자가 있다”라고 지적한 이정후는 “홈런만 장타가 아니다. 2루타, 3루타도 장타인데 왜 자꾸 홈런만 장타로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한국에서 뛴 7년 동안 2루타와 3루타를 제일 많이 친 타자다. 나는 항상 내 스윙을 하면서 공을 잘 맞출 수 있는 타자라고 생각하고 야구를 했다. 내 스윙에서 중심에 정확히 맞았기 때문에 강한 타구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기대치를 낮춰달라”라며 웃은 이정후는 “나는 아직 신인선수다. 그냥 멋모를 때 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성적이 아직 내 실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