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지난해 1~3위 팀들을 상대로 7연승 폭풍을 일으켰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지금껏 이렇게 좋은 출발을 한 것이 무려 32년 만이다.
최원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를 14-3으로 이겼다. 투타에서 흠 잡을 데 없는 완벽에 가까운 승리였다.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질주한 한화는 7승1패로 전날 오른 단독 1위 자리를 지켰다. 완벽한 3월 피날레로 이른 봄부터 폭주하고 있다.
올해 전체 1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은 좌완 신인 황준서가 이날 1군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두며 팀의 연승 행진을 이어줬다.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역대 10번째 고졸 신인 선수가 됐다. 한화 소속으로는 2006년 4월12일 잠실 LG 트윈스전 류현진(7⅓이닝 3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 이후 18년 만이다.
"분위기 깨고 싶지 않았다" 신인 황준서까지 동참한 한화 선발야구
당초 이날 선발등판 차례였던 김민우가 왼쪽 날갯죽지에 담 증세가 오면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었고, 그 자리에 대체로 들어온 황준서가 기회를 놓치지 않아다. 최고 149km, 평균 145km 직구(33개) 외에 스플리터(34개), 커브(6개)를 구사하며 KT 타선을 압도했다. 하이 패스트볼과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조합으로 ABS존 위아래를 폭넓게 활용했다. 주무기 스플리터를 존에 넣었다가 빼는 커맨드도 훌륭했다.
경기 후 황준서는 "1군 콜업을 받았을 때 빨리 짐싸고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차에서 타고 갈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고 잘됐다"며 "선발투수들이 다들 차례대로 승리했기 때문에 이 분위기를 내가 깨고 싶진 않았다. 웜업 때부터 긴장하면서 열심히 던졌다. 5회를 마치고 내려올 때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한화는 개막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에이스 류현진을 빼고 펠릭스 페냐가 2승을 거둔 가운데 김민우,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에 이어 황준서가 모두 1승씩 올렸다. 류현진도 홈 개막전이었던 29일 KT전에서 6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2실점으로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강력한 선발야구가 개막 8경기 7승1패 폭주의 원천이 되고 있다.
타선도 쉴 새 없이 터졌다. 2회 이도윤의 선제 결승 2루타에 이어 노시환의 스리런 홈런까지 폭발하면서 6안타 1사구로 7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3회에는 요나단 페라자의 투런 홈런 포함 4득점을 추가했다. 노시환과 페라자가 같은 경기에서 홈런을 친 것은 처음이다. 장단 18안타로 시즌 팀 1호 선발타자 전원안타도 합작했다.
1번타자 문현빈이 2루타 포함 5타수 4안타 4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노시환이 4타수 3안타 2타점, 페라자가 4타수 2안타 2타점, 이도윤이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고르게 활약했다. 하주석이 휴식차 선발 제외된 가운데 이도윤이 첫 선발 기회를 잘 살리면서 경쟁 구도를 이어갔다.
경기 후 최원호 한화 감독도 "오늘은 누구 한 명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투타 모두가 완벽한 경기를 해줬다. 모든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황준서가 약속했던 75구 내에 5이닝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으며 고졸 신인 데뷔전 승리를 기록했다. 의미 있는 기록에 축하를 보낸다. 김서현도 훌륭한 구위로 2이닝을 깔끔하게 막아줬다"며 "타선은 정말 누구 한 명 가리지 않고 활발한 공격으로 찬스를 만들고 해결해줬다. 선발 라인업은 물론 대주자 대타로 나간 모든 선수들이 높은 집중력을 보여준 덕에 경기 흐름을 주도할 수 있었다"고 선수들을 두루두루 칭찬했다.
지난해 1~3위 팀들을 상대로 7연승, 벌써부터 선두권 치고 나갔다
이로써 한화는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23일 잠실 LG전 패배 이후 7연승을 질주했다. 24일 LG전에서 페냐의 호투와 페라자의 연타석 홈런 활약에 힘입어 시즌 첫 승 신고한 뒤 26~28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 이어 이번 홈 개막 시리즈에서 KT를 상대로도 스윕을 했다. 인천에서 원정 3연전을 모두 이긴 것은 2006년 5월 이후 18년 만이었고, KT 상대로 대전 홈에서 3연전을 싹쓸이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화가 개막 8경기에서 7승1패를 거둔 것은 전신 빙그레 시절 이후 무려 32년 만이다. 그해 빙그레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강팀이었다. 2연속 3연전 스윕승은 2006년 5월12~14일 대전 롯데전, 16~18일 문학 SK전 이후 18년 만이다. 2006년은 한화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해로 남아있다.
지난해 우승팀 LG, 준우승팀 KT, 3위팀 SSG를 상대로 거둔 7연승이라는 점에서 한화의 초반 돌풍은 반짝 성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한화는 LG와 KT에 각각 6승9패1무, SSG에 5승10패1무로 열세를 보였다. 이제 첫 상대를 했을 뿐이지만 지난해와 다른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7연승 기간 52득점-21실점으로 득실점 마진이 31점이나 될 정도. 24일 LG전은 선취점을 내준 뒤 역전승을 거뒀고, SSG와 KT를 상대로는 6경기 내내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을 정도로 투타에서 강하게 밀어붙였다. 지난해에도 전반기 막판에 8연승을 달린 적이 있지만 지금 7연승처럼 힘으로 누르는, 압도적인 경기력은 아니었다.
한화 팬심도 후끈 달아올랐다. 구단 최초로 홈 개막 3연전 모두 매진(1만2000명) 행진으로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최원호 감독도 "이번 개막시리즈 3연전이 모두 매진이었는데 큰 목소리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 주신 팬여러분께 승리로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 지금 좋은 분위기를 4월에도 이어갈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나가겠다"고 감사와 다짐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화는 4월 2~4일 대전에서 롯데를 상대로 홈 3연전을, 5~7일 고척에서 키움을 상대로 원정 3연전을 갖는다. 롯데는 1승6패로 9위에 처져있고, 키움은 개막 4연패 이후 2연승으로 살아났지만 여전히 전력이 가장 약한 팀으로 꼽힌다. 한화로선 3월의 기세를 이어가 승수를 쌓을 수 있는 좋은 일정이다. 방심은 절대 금물이지만 이 기세라면 초반부터 확실히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