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기뻐했다.
이정후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시즌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리며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샌프란시스코가 3-1로 앞선 8회 1사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좌완 구원투수 톰 코스그로브를 상대로 3구 77.8마일(125.2km) 스위퍼를 받아쳐 우측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이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근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계속 나왔다. 공이 뜨면 홈런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렇다고 홈런을 노린 것은 아니다. 생소한 유형의 투수가 올라와서 초구 직구를 보고 두 번째 스위퍼 같은 공이 들어왔는데 다시 스위퍼가 들어와서 방망이를 돌린 것이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라고 홈런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이정후가 홈런을 때려낸 좌완투수 코스그로브는 사이드암에 가까운 투구폼에서 횡으로 크게 휘는 스위퍼를 던지기 때문에 좌타자에게는 매우 까다로운 투수다. 이정후는 그런 투수를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날렸다. 밥 멜빈 감독도 “첫 홈런을 좌완투수를 상대로 기록한 것은 꽤나 대단한 일이다. 지금 시점의 활약을 본다면 인상적이다”라며 감탄했다.
“한국에도 비슷한 유형의 투수가 있었다”라고 밝힌 이정후는 “구속 차이가 크기는 하지만 김대유(KIA) 형하고 스타일이 비슷하다. 내가 그 형한테 좀 잘 쳤다. 대유형 공을 쳤을 때 느낌으로 들어갔다. (김)대유형을 상대로도 그 정도 각도의 변화구를 쳐서 홈런을 두 번 정도 쳤던 것 같다. 한국에서 쳤을 때 코스와 비슷했다. 맞는 순간 넘어갈 것 같았다. 한 점 더 나서 기분이 좋았다. 크게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홈런을 쳤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팀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2017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정후는 2017년 4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5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 4득점 1볼넷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한국에서는 7경기 만에 쳤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3경기 만에 나왔다. 그렇게 보면 홈런이 빨리 나왔다고 생각한다”라며 웃은 이정후는 “한국에서 홈런을 쳤던 순간이 더 와닿는다. 그 때는 정말 프로 데뷔 첫 홈런이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첫 홈런이니까 큰 감흥은 없다. 한국에서 첫 홈런을 쳤을 때는 좀 더 뭔가 하늘을 나는 기분 같았다”라고 자신의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떠올렸다.
이날 이정후의 홈런은 타구속도 104.4마일(168.0km), 비거리 406피트(124m)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에서 모두 홈런이 되는 대형홈런이다.
“홈구장에서 첫 홈런을 쳤는데 그게 스플래시 히트(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우측담장을 넘어 장외로 날아가 구장이 위치한 맥코비 만으로 바로 떨어지는 홈런)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라고 말한 이정후는 “오늘 친 홈런을 홈구장에서 쳤으면 그렇게 됐을까 궁금하긴 하다. 타구가 폴대쪽으로 갔으면 스플래시 히트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우중간쪽으로 가서 어려웠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메이저리그 첫 3경기에서 많은 것을 보여준 이정후는 “아직 뭔가를 보여줬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면서 “나도 빨리 적응하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보니까 좋은 플레이가 하나씩 나오는 것 같다. 홈런치려고 온 것은 아니다. 내 플레이를 더 열심히 해야한다. 홈런은 출루를 하려다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0홈런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30홈런은 다음 생애에 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라며 더 좋은 활약을 다짐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