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특급 신인’ 좌완 투수 황준서(19)가 1군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황준서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한화가 11-1로 크게 앞선 6회 이닝 시작과 함께 구원 김서현에게 마운드를 넘기면서 데뷔 첫 승 요건을 갖췄다. 최고 149km 강속구와 기막힌 스플리터로 KT 타선을 압도했다.
시범경기까지 5선발 후보로 경쟁했으나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가 가득 차면서 황준서는 어쩔 수 없이 퓨처스 팀으로 내려가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27일 서산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퓨처스리그 개막전에 선발등판, 4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어 4일 만에 1군에서 선발 기회를 받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였다. 지난 26일 문학 SSG전에서 5이닝 2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거둔 김민우가 왼쪽 날갯죽지에 담이 오면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뛰게 됐고, 황준서가 임시로 이날 선발 자리에 들어왔다.
갑자기 찾아온 기회였지만 황준서는 제대로 움켜잡았다. 4일 전 퓨처스 경기에서 57개의 공을 던진 만큼 이날은 투구수 75개를 기준으로 잡고 올라왔다. 제한된 투구수 안에서 황준서가 5이닝을 효율적으로 던지며 선발승 요건 갖췄다.
1회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배정대를 몸쪽 높은 스플리터로 루킹 삼진 잡고 시작한 황준서는 천성호를 2루 땅볼, 멜 로하스 주니어를 헛스윙 삼진 잡고 삼자범퇴로 시작했다. 로하스에게 하이 패스트볼 이후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1회 공 13개로 깔끔하게 정리한 황준서는 2회 강백호를 몸에 맞는 볼로 첫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 문상철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황재균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펼쳤다. 직구 3개로 헛스윙 3구 삼진을 뻇어내며 자신감을 보여준 황준서는 조용호 타석 때 2루 견제를 할 만큼 여유가 있었다. 결국 스플리터로 조용호를 삼진 처리한 황준서는 장성우를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한화 타선이 2회 7득점 빅이닝을 펼치며 화끈한 지원을 받은 황준서는 3회에도 선두 김상수를 몸에 맞는 볼로 다시 1루에 주자를 내보냈다. 배정대를 몸쪽 높은 직구로 먹힌 타구를 유도하며 유격수 뜬공 처리한 뒤 천성호의 빗맞은 투수 앞 땅볼을 잡아 1루로 송구했지만 1루수 채은성이 놓치면서 포구 실책이 됐다. 1사 1,3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로하스를 7구 승부 끝에 하이 패스트볼로 2루 내야 뜬공 잡더니 강백호를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볼카운트 2-1에서 황준서의 4구째 한가운데 높은 143km 직구에 배트가 헛돈 강백호는 5구째 낮은 스플리터를 참아냈지만 6구째 몸쪽 높은 스플리터에 타이밍을 빼앗겨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힘 있는 직구와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스트라이크존 위아래로 폭넓게 활용해 위력을 떨친 황준서는 4회 선두 문상철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아 첫 실점했다. 투볼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3구째 141km 직구가 가운데 높게 들어갔다. 이어 황재균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조용호를 2루 땅볼 유도하며 4-6-3 병살타로 연결했다. 장성우도 초구에 2루 땅볼 처리하며 4회까지 66개의 공으로 막아냈다.
선발승 요건이 걸린 5회도 황준서가 책임졌다. 예정된 투구수 75개까지 9개가 남은 상황에서 7개로 끝냈다. 김상수를 중견수 뜬공, 배정대를 유격수 땅볼, 천성호를 2루 땅볼로 삼자범퇴 처리하며 데뷔 첫 승 요건을 갖췄다. 총 투구수 73개로 스트라이크 49개, 볼 24개. 최고 149km, 평균 145km 직구(33개) 외에 스플리터(34개), 커브(6개)를 구사했다.
장충고 2학년 때부터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될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은 황준서는 지난해 9월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았다. 청소년대표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인천고 우완 김택연(두산 베어스)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한화는 좌완 선발로 즉시 전력이 가능한 완성도 높은 황준서를 택했다. 류현진의 복귀, 김민우의 구위 회복으로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들지 못한 황준서였지만 일주일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공적인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전체 1순위다운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준 데뷔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