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두산 베어스 외국인투수 브랜든 와델을 2인자라고 했던가. 브랜든이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보다 훨씬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며 베어스 연패 스토퍼로 거듭났다.
브랜든은 지난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2승(무패)째를 챙겼다. 리그에서 2승을 거둔 투수는 브랜든을 비롯해 디트릭 엔스(LG 트윈스), 펠릭스 페냐(한화 이글스), 김광현(SSG 랜더스) 등 4명뿐이다.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킨 브랜든.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1회 2사 후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최형우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2회 선두 이우성을 스트레이트 볼넷 출루시켰지만 김선빈을 병살타, 이창진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3회 선두 김태군, 김도영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맞이한 2사 1, 3루 첫 득점권 위기는 소크라테스를 2루수 땅볼 처리하며 극복했다. 4회 이우성, 이창진의 안타로 처한 2사 1, 2루에서는 김태군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보냈다.
최원준, 박찬호, 김도영을 만난 5회에는 단 공 5개로 깔끔한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그리고 6회 소크라테스-최형우-이우성 상대로 15구 삼자범퇴 이닝을 치르며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브랜든은 7-0으로 크게 앞선 7회 박정수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두산의 최종 8-0 승리와 함께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맛봤다.
브랜든의 투구수는 95개. 최고 150km의 직구(39개) 아래 싱커(3개), 슬라이더(10개), 커터(29개), 체인지업(8개), 커브(6개) 등 다양한 구종을 곁들여 개막 4연승 중이었던 KIA 타선을 무실점 봉쇄했다. 스트라이크(61개)-볼(34개)의 비율도 이상적이었다.
경기 후 만난 브랜든은 “내 임무는 나가서 공격적인 피칭으로 빨리 아웃을 잡는 거였다. 마지막 두 이닝에 그게 잘 됐다. 어쨌든 결과가 좋기 때문에 만족스럽다”라고 2승 소감을 남겼다.
브랜든은 첫 등판이었던 24일 창원 NC전에서 등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며 5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떨까. 브랜든은 “시즌 초반 몸을 만드는 과정이라서 그런 문제가 있었다. 몸이라는 건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라 차근차근 잘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브랜든은 지난해 12월 총액 113만 달러(약 15억 원)에 두산과 2024시즌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 구단은 “브랜든은 2023시즌 중 대체 외국인선수로 합류해 18경기 11승 3패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다. 두산 베어스 대체 외국인투수 최초 10승을 달성하는 등 맹활약했다”라고 재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브랜든은 이에 앞서 작년 6월 총액 28만 달러(약 4억 원)에 두산맨이 됐다. 대만 리그에서 2023시즌을 출발한 그는 팔꿈치를 다쳐 웨이버 공시된 딜런 파일의 대체 외국인투수로 두산과 두 번째 인연을 맺었다.
두산의 외국인투수 교체는 신의 한 수였다. 브랜든은 작년 18경기 11승 3패 평균자책점 2.49를 남기며 KT 윌리엄 쿠에바스에 이어 6월 첫 등판한 역대 대체 외국인선수 중 10승을 기록한 두 번째 투수로 기록됐다.
브랜든은 2022년에도 7월 총액 23만 달러(약 3억 원)에 아리엘 미란다의 대체 외국인투수로 합류해 11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3.60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지만 재계약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 정규직이 된 브랜든은 “아무래도 대체 외국인선수로 왔을 때와 준비 과정에서 차이가 있다. 작년에는 이미 준비가 다 된 상태였다면 올해는 처음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처음부터 시즌을 함께 시작하게 된 건 기쁘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브랜든은 KBO리그가 세계 최초로 시행 중인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와 관련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선수로서 꾸준한 게 중요한데 스트라이크존이 꾸준한 거 같아서 되게 좋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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