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FA 이적생 안치홍(34)이 이적 첫 홈런을 대전 홈에서 신고했다. 시범경기와 개막 극초반 부진을 딛고 빠르게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FA 모범생’으로 거듭날 기세다.
안치홍은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 5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 3회 투런 홈런으로 한화의 8-5 승리에 힘을 보탰다. 개막전 패배 후 6연승을 질주한 한화는 1988년, 1992년, 1998년에 이어 구단 역대 4번째로 개막 7경기 기준 6승1패로 최고 스타트를 끊었다.
요나단 페라자의 선제 솔로 홈런과 노시환의 1타점 2루타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안치홍의 홈런이 터졌다. KT 사이드암 선발 고영표의 2구째 143km 직구가 한가운데 높게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맞는 순간 라인드라이브에 가깝게 날아간 타구가 좌측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비거리 115m, 시즌 1호 홈런.
지난해 11월 4+2년 최대 72억원에 FA 계약하며 한화 유니폼을 입은 안치홍의 이적 첫 마수걸이 홈런. 대전 홈에서 팀 승리로 이어진 홈런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안치홍은 시범경기에서 29타수 2안타로 타율이 6푼9리에 불과했다. 시범경기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17명 중 가장 낮은 타율이었지만 워낙 경력이 풍부하고, 검증된 타자라 크게 걱정하는 시선은 없었다.
하지만 시즌 첫 4경기 16타수 2안타 타율 1할2푼5리에 그치면서 조금씩 우려가 나왔다. 개막 3번째 경기부터 타순도 3번에서 5번으로 두 계단이 내려왔다. 안치홍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안치홍답게 부진은 길지 않았다. 지난 28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서 5타수 2안타로 첫 멀티히트를 가동한 안치홍은 29일 KT전에도 2루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기세를 이어갔다. 시즌 첫 장타를 신고하며 타구를 띄우기 시작했고, 이날은 첫 홈런을 신고했다.
경기 후 안치홍은 "초반에 안 좋을 때도 팀이 계속 이기는 경기를 해서 나도 편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시범경기에선 결과가 너무 안 나와 심리적으로 말릴 수 있었다. 생각이 많아졌는데 나보다 팀에 있는 감독님, 코치님들, 팀원들이 나보다 나를 더 믿어줬다. 그렇게 믿음을 받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페이스를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 안치홍에 대해 “컨디션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지만 타격 파트에선 괜찮다고 한다. 안 좋다고 (라인업에) 안 넣을 선수가 아니다”고 믿음을 나타냈다. 안치홍도 "(주위에서) 내게 건네는 말도 그렇고, 지나가면서 하는 말들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런 팀원들의 태도가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금 안 좋은 것에 대해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 것들이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최원호 감독이 타순을 2계단 내려준 것도 안치홍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낳았다. 안치홍은 "타순은 그렇게 신경 안 썼는데 그래도 (3번 타순) 중간에서 연결해야겠는 생각보다는 조금 더 편해진 것 같다"고 5번 타순에 만족스러워했다.
홈 개막 2연전을 맞아 대전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기며 이적 신고를 했다. 안치홍은 "홈 개막전에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팀도 이겨서 기분이 좋았다. 계속 뛰어왔던 야구장이기 때문에 크게 어색한 건 없지만 한화 유니폼 입고 1루 덕아웃 쓰면서 거둔 첫 승이기 때문에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안치홍은 KIA 타이거즈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뒤 4년간 FA 모범생으로 활약했다. 꾸준함이 검증된 FA 선수이고, 한화에서도 명성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안치홍 효과에 대해 안치홍은 "아직 시즌 초반이다.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