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데뷔 첫 멀티히트로 활약하며 올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이정후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시즌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조 머스그로브의 2구째 시속 87마일(140.0km) 체인지업은 한가운데로 들어오자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깔끔한 스윙으로 타구속도 108.9마일(175.3km) 타구를 날리며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후속타자 호르헤 솔레어가 병살타를 치면서 득점 찬스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샌프란시스코가 3-0으로 앞선 2회 1사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3볼 1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다. 하지만 머스그로브의 5구 89.7마일(144.4km) 커터를 건드렸다가 우익수 뜬공으로 잡히고 말았다.
이정후는 4회 사 1, 2루 세 번째 타석 1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머스그로브의 3구째 높은 92마일(148.1km) 포심을 때렸다. 이정후의 날카로운 타구를 잡기 위해 유격수 김하성이 몸을 날렸지만 잡아내지 못했고 타구는 외야로 빠져나가 1타점 적시타가 됐다. 이정후의 1타점 적시타로 이어진 1사 1, 2루에서는 솔레어가 또다시 병살타를 치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가 2-4로 추격을 허용한 7회 선두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우완 구원투수 스티븐 코렉의 4구 94.4마일(151.9km) 포심을 타격했지만 2루수 땅볼로 잡혔다. 8회 2사 2루에서는 우완 구원투수 엔옐 데 로스 산토스의 3구 93.6마일(150.6km) 포심을 노렸지만 잘맞은 타구가 중견수 잭슨 메릴의 정면으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활약에 힘입어 8-3으로 승리해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이정후는 데뷔전에 이어서 2경기 연속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시즌 성적 2경기 타율 3할7푼5리(8타수 3안타) 2타점 OPS .708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첫 승리를 이끈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키움에 있었을 때는 연패를 해도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는데 크게 다운되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제 한 경기를 지니까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였다”라고 지난 시즌 개막전 패배를 돌아봤다. 반대로 시즌 첫 승리를 거둔 이날 샌프란시스코 클럽하우스에는 신나는 음악이 크게 울려퍼졌다. 이정후는 “이겼을 때 이런 분위기도 처음 느껴봤다”라며 승리 분위기를 즐겼다.
2경기 연속 좋은 활약을 보여준 이정후는 “매일매일 새로운 투수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공을 보기 보다는 빨리 적극적으로 치려고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첫 번째 안타는 체인지업을 보고 친 것은 아니고 배트가 나가다가 맞았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커터에 조금 타이밍인 늦어서 아쉬웠다. 세 번째 타석에서는 (김)하성이형이 유격수인데 좀 베이스쪽으로 붙어있더라. 3유간이 엄청 넓어 보여서 저기로 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타구가 그쪽으로 갔다. 내 생각대로 타구를 날린 것은 아니다. 운이 좋았다. 그래도 밀어쳐야겠다는 방향성은 가지고 타석에 임했다”라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정후의 안타는 모두 김하성이 지키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두 번째 안타 때는 김하성이 몸을 날렸지만 타구를 잡아내지 못했다. 이정후는 “(김)하성이형에게 잡힐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두 안타 모두 타구속도가 빨랐다. 그 타구들까지 잡으면 하성이형은 지구인이 아닌거다”라며 웃었다.
이정후의 마지막 타석 타구는 타구속도 108마일(173.8km)을 기록했고 기대타율은 6할6푼에 달했다. “마지막 타구는 아쉽다”라고 말한 이정후는 “그렇지만 야구를 하면서 그런 타구가 모두 안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또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될 것이다. 괜찮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너무나도 좋게 시작한 이정후는 “나는 신인의 마음으로 하고 있다. 체력관리도 잘해야하고 이동거리도 이겨내야 한다. 몇 경기를 더하면 나에 대한 분석도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을 모두 이겨내야 한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체력이다. 구단에서 먹는 것도 잘 챙겨주신다. 너무 오래 쉬었기 때문에 경기를 하면서 생기는 근육통 같은 것도 잘 관리를 해야한다. 결국에는 몸관리와 체력싸움이다. 체력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앞으로 꾸준한 활약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2경기를 마치고 “어제 오늘은 80점을 주고 싶다”라고 말한 이정후는 “무난하게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어제 하성이형이랑 이야기를 했는데 형이 해준 말 중에 영웅이 되고 스타가 되는 것도 좋지만 미국에서 야구를 할 때는 팀에 폐만 안끼치면 된다고 한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물론 한국에 있을 때는 내가 해결하고 싶었고 욕심을 부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나 말고도 잘해주는 선수가 많으니까 내 역할만 하면 된다는 하성이형의 조언대로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하성은 “내가 겪은 경험을 이야기 해준 것이다. 당연히 모든 선수들이 영웅이 되면 좋을 것이다. 꾸준하게 그리고 실수를 안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정후는 실수만 안하면 팀에 많은 도움이 되는 선수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좀 더 침착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언아닌 조언을 했다”라며 이정후의 활약을 응원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