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이자 매이저로서 10여년 간 동반자였던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파문에 휘말린 오타니 쇼헤이. 자신은 전혀 몰랐고 이번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라고 결백을 주장하지만 미국 현지는 오타니를 향한 의구심을 여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비아냥까지 더해지고 있다.
지난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서울시리즈 기간 불거진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논란이다. EPSN은 지난 21일(한국시간) “오타니 쇼헤이의 오랜 친구이자 통역을 맡고 있는 미즈하라 잇페이가 오타니의 계좌에서 송금된 최소 450만 달러(약 60억원)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다저스로부터 해고됐다”라고 밝히면서 파문이 일었다.
미즈하라는 ESPN이 사건에 대해 파고들자 90분 간 독점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오타니에게 나의 상황을 설명했다. 오타니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게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난 빚을 갚기 위해 송금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오타니는 그게 불법인지 아닌지 묻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ESPN이 이를 기사화 하기 직전 오타니의 변호인 측이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돈을 절도했고 오타니는 대규모 절도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이에 미즈하라도 “오타니는 도박 빚을 알지 못했고, 돈을 송금하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는 절대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오타니의 연루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을 몰랐을 리 없다면서 오타니의 연루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이에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오타니와 미즈하라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연방법에 의하면 오타니가 직접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사실을 알고 빚을 대신 갚아주기 위해 송금을 했다면 불법 도박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 있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오타니의 도박 연루와 관련해 조사를 시작했다.
미즈하라 사건의 시발점인 보이어는 줄곧 오타니와는 전혀 일면식도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직접적으로 도박에 연루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타니도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서 자신의 입장을 발표했다. 오타니는 지난 2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약 11분 간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타니는 “신뢰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매우 충격적이고 슬프다. 내가 스포츠 도박에 베팅을 하거나, 의뢰한 적은 없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기에 이해해 줬으면 좋겠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고 싶다"며 "내가 무언가에 베팅을 하거나, 야구나 다른 스포츠 이벤트에 돈을 걸거나, 부탁한 적도 없다. 송금을 의뢰한 적도 없다. 그가 그렇게 하고 있던 것도 며칠 전까지 몰랐다. 그가 돈을 훔치고 모두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ESPN의) 취재 의뢰도 알려주지 않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내가 이 문제를 알게 된 것은 한국에서의 개막전 직후의 팀 미팅 때였다. 통역도 없고, 영어로 말하고 있었으므로,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왠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호텔에 돌아와서 둘이 이야기를 하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호텔에 돌아와서야 (미즈하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세히 알게 됐다. 이를 곧 변호사와 다저스 구단에도 알렸다. 이게 지금까지 일어난 상황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영상 및 사진 촬영을 금지했고 취재진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반쪽짜리 기자회견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의구심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LA타임즈’는 지난 28일, ‘아직도 오타니를 믿는가. 잘 모르겠다’라면서 ‘야구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가 이미지처럼 순수하다고 믿고 싶다.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명예를 지키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확신을 갖기에는 충분하지 않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미즈하라가 오타니 본인이나 회계사, 은행 직원, 혹은 어느 누구라도 알아채지 못하면 450만 달러라는 돈을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역겹다’라면서도’ 도박꾼에게 450만 달러를 빌려주고, 출처를 확인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회의적이다. 미즈하라의 말에서 오타니가 빚을 갚아주는 걸 허락했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라면서 오타니의 기자회견이 모든 의혹을 해소시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은 29일, ‘오타니가 결혼을 발표했을 때 여자친구가 있었던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나’라면서 ‘LA 에인절스의 전 동료들은 오타니가 도박을 한다면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 외의 능력에 대해 그들도 오타니를 잘 알지 못한다’라면서 신비주의에 둘러싸인 오타니를 직격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타니를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일본 시절부터 10년을 넘게 함께한 가족 같은 동반자의 도박 사실을, 그것도 거액의 돈이 자신의 계좌에서 인출된 사실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는 의미였다. 매체는 ‘오타니가 자기 자신만큼 미스터리한 스캔들에 휘말렸다. 야구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신비로운 슈퍼스타 오타니에게 도박 중독에 시달리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오타니에게 돈이 너무 많기 때문에 450만 달러의 거액이 계좌에서 사라졌을 때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라면서 오타니의 알맹이 없는 기자회견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오타니는 그동안 언론과 거리를 뒀다. 투타겸업으로 야구계의 희소성 있는 존재였는데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쉽지 않았다. 투수로 등판한 뒤에나 겨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른생활 사나이로 누구에게도 척을 지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타니를 향한 구단의 특별대우, 신비주의 행보에 불만을 갖고 반감을 가지는 인물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를 드러내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사태에 대한 입장도 시원하게 밝히지 않았다. 언론은 오타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모든 의문을 해소할 수 없었다. 오타니를 향한 미국의 물음표는 연방 당국의 조사가 확실하게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신비주의 행보에 대한 비판의 칼날도 더 날카로워질 것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