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핵심 전력으로 발돋움한 이우성(30)은 왜 시즌 초반 ‘미친 활약’에도 “난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깎아내렸을까.
이우성은 지난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3득점 맹타로 팀의 개막 4연승을 이끌었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신고했다. 0-0이던 2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두산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만났고, 1B-2S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직구(149km)를 받아쳐 우전안타로 연결했다. 개막 후 4경기 연속 안타에 성공한 순간. 다만 후속 김선빈이 삼진, 이창진이 2루수 뜬공에 그치며 진루는 실패했다.
1-0으로 앞선 4회에는 무사 1루에서 투수 땅볼을 친 뒤 2루주자 최형우가 2루와 3루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린 사이 2루에 도달했다. 이후 김선빈의 2루타 때 달아나는 득점을 올렸다.
이우성은 세 번째 타석에서 안타 행진을 재개했다. 2-2로 맞선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1B-1S에서 알칸타라의 포크볼을 공략해 좌전안타를 치며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김선빈, 이창진의 연속 볼넷으로 2루를 거쳐 3루에 도달한 그는 최원준의 밀어내기 볼넷 때 홈을 밟으며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이우성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3-2로 근소하게 앞선 8회 선두로 등장, 바뀐 투수 김명신을 만나 우중간으로 향하는 2루타를 쳤다. 시즌 첫 한 경기 3안타였다. 이번에는 김선빈의 희생번트 때 3루로 향한 뒤 이창진의 우전안타가 터지며 쐐기 득점을 신고할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이우성은 “아직 시즌 초반이다. 4경기밖에 안 해서 솔직히 좋은지 안 좋은지 잘 모르겠다”라며 “운이 좋은 거 같다. 특별히 내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겸손한 소감을 남겼다.
대전고 출신의 이우성은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라운드 15순위로 뽑힌 뒤 NC 다이노스를 거쳐 2019년 7월 이명기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타이거즈맨이 됐다. 당시만 해도 미완의 우타 거포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며 백업 생활을 전전했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2022년부터 KIA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우뚝 섰다.
이우성은 지난해 생애 첫 타율 3할(3할1리)의 기세를 이어 올해도 4경기 타율 4할7푼1리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KT 천성호(6할1푼5리), 한화 요나단 페라자(5할), KT 배정대(4할8푼1리)에 이은 타격 4위이며, KIA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자랑한다. 이번 시즌 17타석에 들어선 가운데 무려 8안타를 때려냈고, 그 중 2개를 2루타로 장식했다.
그럼에도 이우성은 “작년 3할 타율은 규정타석에도 들지 못했다. 작년은 작년으로 끝났다. 그거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라며 “감독님이 타격코치님이던 시절 2년 동안 많이 배웠다. 그 때 가르쳐주신 걸 끝까지 유지하려고 한다. 작년에 3할 타율을 쳤다고 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는 없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이어갔다.
이범호 감독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죄송하지만 말을 아끼겠다. 내가 잘하고 있지 않아서 나중에 조금 더 잘 되면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은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이 정도로 말할 선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우성은 수비에서도 팀퍼스트 정신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1루수로 변신해 외야수와 병행한 그는 우익수 나성범의 햄스트링 부상 이탈로 다시 외야 글러브를 착용했지만 1루수 황대인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낙오, 다시 1루수를 맡게 됐다.
이우성은 잦은 이동과 관련해 “(나)성범이 형, (황)대인이가 빨리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솔직히 보고 싶다”라며 “개인적으로는 감독님이 어디로 나가라는 부분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팀에 마이너스가 안 되려고 개인적으로 노력 중이다.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 “(나)성범이 형을 NC 때부터 봤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생활부터 패턴, 수면까지 다 그렇다. 1대1로 밥 먹을 때 많은 걸 물어봤고, 감탄했다. 솔직히 난 형처럼 하지 못하겠지만 형에게 조금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얼른 빨리 완쾌해서 복귀했으면 좋겠다. 너무 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수비력에 대해서도 냉철한 ‘셀프 비판’을 했다. 이우성은 “캠프 때 박기남 코치님께서 수비 수준이 레벨1에 불과한 초보자를 상대로 1대1 지도를 해주셨다. 경기장에서는 (김)선빈이 형, (박)찬호, (김)도영이가 초보자인 날 케어해줬다. 다 고마웠다”라며 “지금도 내 수준은 레벨1이다. 공이 나한테 많이 안 왔다. 계속 공을 잡으면서 여유가 생기면 레벨이 오르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라봤다.
이우성이 인터뷰를 하며 겸손의 미덕을 숨긴 순간이 딱 한 차례 있었다. KIA 팬들을 향한 마음을 전할 때였다. 이우성은 “매 번 말씀드리지만 어느 구장을 가든 팬들이 많이 오신다. 항상 가슴 속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멀리 서울까지 와주셔서 크게 응원해주신 부분에 대해 선수로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라고 진심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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