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돌아온 괴물 투수’ 류현진이 홈 복귀전을 퀄리티 스타트로 호투한 가운데 9회말 임종찬의 끝내기 2루타가 터지며 개막전 패배 후 5연승을 질주했다.
한화는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 개막전을 3-2 끝내기 승리로 장식했다. 1만2000석을 가득 채운 만원 관중과 6년 만에 야구장을 방문한 ‘구단주’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에게 큰 선물을 했다.
한화는 지난 23일 잠실 LG 트윈스전 개막 경기를 패했지만 24일 LG전에 첫 승을 신고한 뒤 26~28일 문학 SSG 랜더스전을 스윕했다. 여세를 몰아 이날 홈 개막전까지 잡고 개막전 패배 후 5연승으로 급반등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 KBO리그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2012년 10월4일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4194일 만에 대전 홈경기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6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막아내면서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1회 위기가 있었지만 박병호를 병살로 유도한 류현진은 5회까지 실점 없이 KT 타선을 압도했다. 그러나 6회에만 안타 4개를 맞고 2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한 게 아쉬웠다. 특히 6회 2사 1,3루 위기에서 1987년생 동갑내기 황재균에게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동점타로 이어지면서 운이 따르지 않았다.
총 투구수 89개로 스트라이크 66개, 볼 23개. 최고 147km, 평균 144km 직구(43개) 중심으로 체인지업(19개), 커터(17개), 커브(10개)를 고르게 섞어 던졌다. 구속과 높낮이 차이로 완급 조절과 보더라인 활용이 돋보였다.
한화는 1회 상대 실책과 안치홍의 적시타로 2점을 선취했지만 이후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에 막혀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류현진에 이어 한승혁(1⅓이닝), 주현상(1⅔이닝)으로 이어진 불펜이 3이닝 무실점을 합작한 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요나단 페라자의 좌월 2루타로 만든 2사 1,2루에서 임종찬이 좌중간 끝내기 2루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갈랐다.
비록 복귀 첫 승이자 개인 통산 99승을 또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짜릿한 끝내기 승리에 류현진도 활짝 웃었다. 경기 후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서며 팀 승리에 기쁨을 나타냈다.
다음은 류현진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오랜만에 대전 홈구장 마운드에 오른 기분은.
▲ 좋았다. 너무 좋았다. 내가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팀이 이겨서 다행이다. 이렇게 연승을 이어가게 돼 다행이다.
-7회 마운드에 오를 생각은 없었나.
▲ 투구수(89개)도 그렇고 초반이기 때문에 감독님, 코치님이 (무리하지 않게) 생각을 해서 교체해주신 것 같다.
-개막전과 비교해서 어땠나.
▲ 날씨 영향은 없었고, 제구라든지 그런 게 훨씬 좋았다.
-개막전 다음날 제구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했는데.
▲ 전체적으로 커브도 그랬고, 체인지업, 커터도 몰리는 것 없이 잘 됐다. 실투 1개가 (6회 2사 1,2루에서) 강백호한테 나온 것 같고는 없다. 그거 외에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 제구가 된 것 같다.
-1987년생 동갑내기 황재균에게 동점타를 맞았다.
▲ 이제 전쟁이 시작된 것 같다(웃음). 친구이지만 상대팀이고, 그런 상화에 집중을 잘해야 할 것 같다.
-동기인 포수 이재원과 배터리 호흡은 어땠나.
▲ 편하게 했던 것 같아, 재원이 사인 위주로 많이 던졌는데 좋았던 것 같다. 무난하게 편하게 생각했다.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승리가 없는데.
▲부담 없다(웃음). 부담 없고, 승리를 하면 좋겠지만 그래도 내가 던지는 날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빨리 (통산) 100승을 하면 좋겠지만 내가 이기는 날 팀이 이기는 흐름으로 갔으면 좋겠다.
-김승연 회장도 6년 만에 야구장에 방문했는데.
▲ 팀이 연승 중이었고, 오랜만에 최고의 회장님께서 먼길을 오셨기 때문에 선수들이 조금 더 집중했던 것 같다. 동기 부여가 됐다. 개막전이고, 일찍부터 팬분들이 오셔서 매진을 기록했다. 선수들이 분위기 좋게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느린 커브를 적극 활용했는데.
▲ 어느 카운트에 써야겠다, 이런 건 없다. 상황에 맞게 쓰려고 하고 있고, 오늘 썼던 것도 흐름에 따라 던진 것이다.
-강백호에게 삼진도 잡고, 안타도 맞았는데.
▲처음 두 타석(2회-4회 삼진)은 굉장히 좋았던 것 같은데 마지막(6회)이 조금 아쉬웠다. 조금 볼성으로 던지려고 했는데 던졌을 때 ‘아차’ 싶었다. 그걸 강백호가 놓치지 않고 타점으로 연결됐다. 그 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다.
-상대 선발 쿠에바스도 7이닝 2실점 호투했는데.
▲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수준급인 선발투수다. 최고로 내놓아도 되는 외국인 투수이기 때문에 나도 초반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끌려가는 것보다는 비등하게 가고 싶어서 초반에 집중했던 게 좋았다.
-직구 구속은 지난 경기보다 조금 떨어졌는데.
▲ 1구부터 마운드 내려올 때까지 계속 전력으로 던질 순 없다. 상황에 맞게 던지고 있다. 첫 경기 때도 강하게만 갔다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번에 말했다시피 투수는 첫 번째가 제구다. 그걸 느꼈다.
-한국에서 야구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나.
▲ 요즘 야구장 나오는 게 너무 재미있다. 내가 안 던질 때도 덕아웃에서 파이팅 있게 열심히 응원하고, 던지는 날에는 집중하면서 하고 있다. 이제 6경기이지만 우리 선수들 모두 잘하고 있고, 나 또한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어제(28일) 선발 등판 전날 미리 이동을 안 했는데.
▲ 첫 2경기(26~27일)가 일찍 끝나서 팀하고 같이 이동했는데 어제는 가장 늦게 끝나서 늦게 도착했다(웃음). 앞으로는 (원정 이동시) 그때그때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문동주가 여러 조언을 구한다고 하는데.
▲ 워낙 좋은 공,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다. 항상 이야기하는 것 제구가 첫 번째라는 것이다. 또 경기 사황에 따라서 타자와 승부해하면서 어렵게 가야 할 때 어떻게 하는지 말해준다. 동주뿐만 아니라 우리 젊은 저희 중간, 마무리 투수까지 조금씩 얘기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