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이정후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시즌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시즌 개막전에 1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26억원)에 계약한 이정후는 이날 메이저리그 데뷔전에 나섰다. 1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의 초구 시속 95.1마일(153.0km) 포심을 때렸지만 파울이 됐다. 이어서 2구 74마일(119.1km) 커브를 지켜봤지만 스트라이크가 되면서 2스트라이크에 몰린 이정후는 결국 3구째 94.9마일(152.7km) 포심에 스탠딩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가 마이클 콘포토와 닉 아메드의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3회 1사 2루 찬스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이번에도 다르빗슈의 공을 유심히 지켜보며 3볼을 먼저 골라냈다. 하지만 이후 공 2개도 바라보면서 3볼2스트라이크 풀카운트까지 승부가 이어졌다. 이정후는 6구째 93마일(149.7km) 싱커를 받아쳐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지만 1루수 정면으로 날아가면서 1루수 직선타로 잡혔다. 타구속도는 100.4마일(161.6km)에 달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2루주자가 겨우 귀루에 성공해 더블플레이가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1-0으로 앞선 5회 2사에서 다르빗슈와 세 번째로 만난 이정후는 이번에도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다르빗슈의 6구 94.8마일(152.6km) 싱커를 받아친 이정후는 깔끔한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다. 중견수 잭슨 메릴이 전력으로 달려왔지만 이정후의 타구를 숏바운드로 처리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정후는 첫 안타의 기쁨도 잠시 다르빗슈의 견제구에 걸리면서 태그아웃되고 말았다.
이정후는 샌디에이고가 2-2 동점을 만든 7회 1사 1, 3루 찬스에서 네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샌디에이고는 좌타자 이정후를 상대하기 위해 좌완투수 마쓰이 유키를 투입했다. 이정후는 마쓰이의 5구 92마일(148.1km) 포심을 퍼올렸지만 중견수에게 잡혔다. 그 사이 3루주자 콘포토가 홈으로 들어와 1타점 희생플라이가 되면서 이정후는 역전 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폭투로 2루까지 진루했던 아메드는 런다운에 걸려 아웃돼 더블플레이가 되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역전 타점을 올렸지만 7회말 불펜진이 4실점을 허용하며 결국 4-6 역전패를 당했다.
이정후는 이날 한국인타자로는 12번째, 한국인선수로는 27번째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세 번째 타석만에 안타를 때려내면서 데뷔전에서 안타를 기록한 5번째 한국인타자가 됐다. 데뷔전에서 타점을 기록한 것은 이정후가 2017년 황재균(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 1득점 ) 이후 역대 두번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재밌었다. 꿈에 그리던 데뷔전을 치르게 돼서 기분이 좋다. 아쉬움은 크게 없다. 첫 경기 치고는 잘 치른 것 같다. 다음 경기를 또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정후는 이날 국제대회에서 맞붙었던 일본인투수들을 상대로만 타석에 들어섰다. 지난해 3월 개최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던 다르빗슈를 상대로는 3타수 1안타를 기록했지만 견제사로 아웃돼 아쉬움이 남았다. 마찬가지로 WBC에서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던 마쓰이를 상대로는 이날 경기에서도 안타를 때려내지는 못했지만 1타점 희생플라이를 날리며 데뷔 첫 타점을 올렸다.
다르빗슈에게 첫 2타석에서 삼진과 직선타로 잡혔던 이정후는 “첫 타석에서는 수싸움에서 완전히 졌다. 전력분석으로는 다르빗슈 선수가 초구부터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다고 나왔다. 일단 초구는 뭐가 오든 치자는 생각으로 돌렸다. 두 번째로 커브가 들어왔고 세 번째에는 직구나 슬라이더를 생각했는데 뭔가 훅하고 지나가버렸다. 두 번째 타석부터는 오늘 직구가 좋아보여서 빠른 볼이 많이 들어올거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싱커를 쳤는데 무브먼트가 정말 좋더라. 나는 스플리터인줄 알았다. 정말 좋은 공이었다. 안타 친 공도 빠른 공이었다. 결과적으로 전력분석을 했던 것과 투구 패턴이 달라져서 아무리 분석을 해도 역시 상대투수의 그날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다르빗슈와의 맞대결에 대해 설명했다.
데뷔 첫 안타를 때려낸 이정후는 다르빗슈의 1루 견제에 걸리면서 아웃되고 말았다. “그린라이트여서 뛰려고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돌아본 이정후는 “다르빗슈 선수의 습관 같은 것이 나왔다. 홈으로 던질 때의 습관이 나와서 바로 뛰려고 했는데 역시 노련한 투수답게 그것도 이용을 한 것 같다”라며 다르빗슈의 노련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날 일본인투수들만 상대한 것에 대해 “다 똑같은 투수들이다.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한 이정후는 “국제대회 때와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운동장과 유니폼이 달라졌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데뷔 첫 안타가 아쉽게 견제사로 끝난 이정후는 키움 시절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의 한마디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김)하성이형이 내가 견제사를 당했을 때 ‘신경쓰지마’라고 말하고 지나갔다”라고 밝힌 이정후는 “그런 말 한마디가 너무 와닿았다. 솔직히 견제사를 당하고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하성이형의 한마디에 그냥 바로 신경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김하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하성도 당시 상황에 대해 “격려보다는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다. (이)정후가 긴장을 안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 첫 경기라 분명히 약간의 긴장감은 있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최대한 풀어주려고 계속 장난을 쳤다. 주자로 나가서도 정후에게 말을 걸었다. 정후가 워낙 강심장이고 멘탈이 좋기 때문에 긴장을 안할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말을 걸었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정후는 “이렇게 많은 관중들과 좋은 경기장에서 야구를 해본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대표팀 경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첫 타석에서는 조금 기분이 이상하더라. 긴장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묘했다. 오늘부터 앞으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열심히 해야겠다”라며 웃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