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서 개막전 1경기 만에 부상으로 방출됐던 우완 투수 버치 스미스(34)가 마이애미 말린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깜짝 승선했다.
마이애미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리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2024시즌 개막전 26인 로스터에 스미스를 포함시켰다. 마이애미는 하루 전인 28일 탬파베이 레이스에 현금을 주는 조건으로 스미스를 영입했다.
지난 1월 탬파베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던 스미스는 다른 팀의 관심을 알아보는 계약 조항을 통해 40인 로스터를 보장한 마이애미로 이적했다. 마이애미는 스미스를 데려오며 연봉 100만 달러와 25만 달러 인센티브를 지불하기로 했다. 마이애미는 주축 불펜 중 한 명인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완 후아스카 브라조반이 비자 문제로 제한선수명단에 들어가 있어 불펜 자원이 필요하고, 스미스가 개막 26인 로스터에 전격 발탁됐다.
‘MLB.com’에 따르면 마이애미는 스미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스미스는 지난겨울 도미니카 윈터리그 기간테스 델 시바오에서 뛰었는데 마이애미 루이스 우루에타 벤치코치, 웰링턴 세페다 불펜코치가 각각 이 팀의 단장과 감독으로 있었다. 스미스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고, 마이애미 프런트도 그를 주시했다.
탬파베이가 먼저 마이너 계약을 하면서 스미스를 영입하지 못했지만 마이애미는 스프링 트레이닝 내내 관심을 갖고 주목했다. 스미스는 시범경기 6경이에서 홀드 1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 8.44로 부진했다. 5⅓이닝 동안 12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5실점으로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이에 탬파베이가 스미스를 40인 로스터에 넣지 않았고, 그를 눈여겨본 마이애미가 현금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피터 벤딕스 마이애미 단장은 “스미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그는 광범위하고 굴곡진 부상 이력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건강하고, 공도 정말 좋다”고 말했다.
시범경기 성적은 부진하지만 스미스의 건강만 담보된다면 충분히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벤딕스 단장은 “비시즌부터 스미스를 봤고, 영입할 기회를 노렸다”며 “슬라이더, 커터 같은 구종이 들어간 새로운 레퍼토리가 좋아 보인다. 그는 건강할 때 매우 효율적이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2013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빅리그 데뷔한 스미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밀워키 브루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오클랜드 애슬레릭스를 거치며 2021년까지 5시즌 통산 102경기(13선발·191이닝) 5승11패1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6.03 탈삼진 184개를 기록했다. 좋은 구위를 가졌지만 팔꿈치, 팔뚝, 사타구니, 옆구리, 손가락 등 부상이 끊이지 않은 유리몸 투수였다.
2022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를 거쳐 지난해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에 한화와 계약하며 한국에 왔다. 한화에서 나름 이중삼중으로 메디컬 체크를 했지만 유리몸은 역시 유리몸이었다. 시범경기 때 최고 155km 강속구를 뿌리며 4월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지만 3회 투구 중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개막전 2⅔이닝 60구 3피안타 1사구 2탈삼진 2실점이 KBO리그에서 남긴 성적의 전부.
이후 정밀 검진을 받았으나 투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어깨 근육에 미세 손상이 발견됐다. 주사 치료를 받고 캐치볼을 했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가뜩이나 선발 마운드가 약한 한화는 스미스를 오래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즉시 대체 투수로 리카르도 산체스를 영입하면서 스미스를 1경기 만에 방출 처리했다.
이에 크게 실망한 한화 팬들이 스미스의 SNS에 폭격을 퍼부었다. 메시지를 받고 발끈한 스미스는 “쓰레기 나라에서 잘 지내”라는 답을 남겼다. 1경기 만에 방출된 것도 모자라 한국 비하로 거센 비난 속에 떠나야 했다.
이후 지난겨울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나선 스미스는 12경기 모두 구원등판, 14⅓이닝 동안 삼진 20개를 잡으며 평균자책점 2.51으로 건재를 알렸다. 탬파베이를 거쳐 마이애미로 이적한 뒤 개막 로스터에 승선, 3년 만에 빅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