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39)가 KBO리그 역대 통산 최다 경기 출장 신기록을 세웠다. 21년의 오랜 세월을 버티고 쌓아 올린 대기록이지만 팀이 1-18 대패를 당하면서 조금은 빛이 바랬다.
강민호는 지난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5번타자 포수로 선발출장했다. 4회부터 빗줄기가 굵어져 우천 노게임이 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5회까지 진행되면서 정식 경기가 성립, 강민호의 대기록이 완성됐다.
통산 2238경기 출장. 2002년부터 2021 은퇴 경기까지 20년간 LG에서 2237경기를 뛴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을 넘어 KBO리그 역대 통산 최다 출장 신기록이었다. 박용택 위원이 은퇴한 지 4년 만에 최다 경기 출장 주인공이 강민호로 바뀌었다.
5회 종료 후 클리닝 타임 때 박용택 위원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기록을 깬 후배를 위해 기꺼이 잠실구장을 찾아 축하 꽃다발을 전했다. 양 팀 대표로 구자욱(삼성), 김현수, 오지환(이상 LG)이 강민호와 같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양측 덕아웃에서 도열한 선수들과 관중석의 팬들이 한마음으로 강민호에게 아낌없는 기립 박수를 보냈다.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4년 2차 3라운드 전체 17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강민호는 2018년 삼성으로 FA 이적한 뒤 올해까지 21번째 시즌을 소화 중이다. 골드글러브 6차례 수상에 FA 계약만 3번이나 해낸 강민호는 어느덧 39세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주전 포수로 안방을 지키고 있다.
체력 소모가 가장 크고, 부상 위험도 높은 포수 포지션에서 역대 최다 출장 기록을 세웠다는 점이 대단하다. 지난해까지 20시즌 중 17시즌을 100경기 이상 뛰었다. 타고난 재능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 부단한 노력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긴 세월 동안 안방을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2238경기는 그 노력의 부산물이다.
강민호 개인적으로는 잊을 수 없는 날이었지만 소속팀 삼성은 LG에 1-18 무기력한 대패를 당했다. 5회를 마쳤을 때 이미 0-9로 스코어가 크게 벌어졌다. 강민호를 위한 축하 자리가 끝난 뒤 6~7회 각각 5점, 4점을 추가로 내주며 일방적으로 밀렸다. 강민호는 6회 수비를 앞두고 김재성으로 교체돼 이날 경기를 3타수 1안타로 마쳤다.
선발 이승민(4이닝 8피안타 1피홈런 1볼넷 6실점)이 무너진 뒤 2~3번째 투수 이재익(1⅓이닝 10피안타 1피홈런 1볼넷 8실점), 이상민(1⅔이닝 6피안타 1사구 4실점)도 연이어 난타를 당했다. 15년 만에 개막 2연승으로 출발이 좋았던 삼성이지만 LG를 맞아 무승부 한 번 포함 2연패로 주춤했다.
강민호가 대기록을 세운 날, 상대팀 LG도 두 가지 의미 있는 팀 기록을 남겼다. 먼저 KBO리그 역대 5번째 선발타자 전원 멀티히트 진기록이다. 이날 LG는 김현수, 문보경, 박동원, 구본혁이 3안타씩, 박해민, 홍창기, 오스틴 딘, 문성주, 신민재가 2안타씩 9명의 선발타자 전원이 멀티히트를 합작했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손목 통증으로 선발에서 빠졌지만 대신 선발출장한 구본혁이 3안타 3타점으로 깜짝 맹타를 휘둘렀다.
가장 최근 선발타자 전원 멀티히트는 2010년 5월11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사직 롯데전에서 기록한 뒤 14년 만이었다. 당시 SK는 김재현, 박정권, 나주환이 3안타씩, 정근우, 박재상, 최정, 김강민, 박경완, 조동화가 2안타씩 9명의 선발타자가 멀티히트를 쳤다. 장단 21안타를 폭발하며 롯데에 21-10 대승을 거뒀다.
아울러 이날 LG의 25안타는 구단 역대 한 경기 최다 타이 기록이기도 했다. 지난 2009년 5월1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현 키움)전에서 25안타를 터뜨린 뒤 15년 만이다. 당시 LG는 박용택, 이진영의 멀티포 포함 홈런 6개에 장단 25안타를 몰아치며 난타전 끝에 22-17로 승리했다. 양 팀 도합 39득점은 역대 한 경기 최다 기록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