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KT 위즈 황재균(37)을 능가하는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정후는 오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2024시즌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에 리드오프 중견수로 출전할 전망이다.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으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데뷔 첫 해 144경기 타율 3할2푼4리(552타수 179안타) 2홈런 47타점 111득점 12도루 OPS .812를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2022년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996으로 활약했고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과 리그 MVP를 석권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지만 86경기 타율 3할1푼8리(330타수 105안타) 6홈런 45타점 OPS .861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KBO리그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OPS .898을 기록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21억원)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 중 역대 최대 계약이다.
이정후는 이제 막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신인타자다. 그럼에도 샌프란시스코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이정후에게 버스터 포지(9년 1억6700만 달러), 자니 쿠에토(6년 1억3000만 달러), 맷 케인(6년 1억2750만 달러), 배리 지토(7년 1억2600만 달러)에 이은 구단 역대 5위 계약을 안겼다. 그만큼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게 되면 2002년 최희섭, 2005년 추신수(SSG), 2015년 강정호, 2016년 박병호(KT), 이대호, 김현수(LG), 최지만(메츠), 2017년 황재균, 2021년 김하성(샌디에이고), 박효준(오클랜드), 2022년 배지환(피츠버그)에 이어서 빅리그 데뷔에 성공한 12번째 한국인 타자가 된다.
한국인타자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최희섭은 컵스 소속이던 2002년 9월 4일 밀워키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컵스가 9-1로 앞선 7회초 1루수 대수비로 나섰고 8회 2사에서는 데뷔 첫 타석 기회까지 얻었지만 발레리오 데 로스 산토스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해 아쉽게 물러났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타자 중에서 최고의 커리어를 남긴 추신수도 데뷔전에는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시애틀에서 뛰던 2005년 4월 22일 오클랜드와의 경기에서 시애틀이 0-3으로 지고 있는 9회말 2사 1루에 대타로 나섰지만 옥타비오 도텔을 상대해 1루수 땅볼로 잡혔다.
한국인 타자 중에서 최고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타자는 단연 황재균이다.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에서 2017년 6월 29일 콜로라도전에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 진루타로 타점을 올린 황재균은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콜로라도 좌완 선발투수 카일 프리랜드의 3구째 90마일(144.8km) 직구를 받아쳐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령 데뷔전 홈런을 기록했고 한국인 타자 중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데뷔전에서 홈런을 기록했다.
황재균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조금만 있어도 나보다 메이저리그에서 더 많이 뛸 것이다. 내가 뭐라고 조언을 하겠나. 홈런도 정후가 두 개만 치면 나보다 많아진다”라고 웃으면서도 “그래도 정후가 죽어도 못깨는 기록이 하나 있다. 최고령 데뷔전 홈런 기록은 정후도 깰 수 없다”라며 진기록에 자부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최고의 출발을 했던 황재균은 그 해 18경기 타율 1할5푼4리(52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 2득점 OPS .459를 기록하고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감했다.
김현수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출발이 좋았다. 볼티모어에서 뛰던 2016년 4월 11일 탬파베이전에서 9번 좌익수로 선발출전해 3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김현수도 메이저리그에서 2시즌만 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김하성의 데뷔전 성적은 좋지 않았다. 2021년 4월 2일 애리조나전 대수비로 출전해 1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샌디에이고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선수로 성장했다.
이밖에 강정호(데뷔전 1타수 무안타), 이대호(1타수 무안타), 최지만(0타석), 박효준(1타수 무안타) 등이 데뷔전에서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 반면 박병호(3타수 1안타 1득점 1사구), 배지환(3타수 1안타 1볼넷) 등은 데뷔전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추신수, 김하성이 보여주듯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데 데뷔전 활약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정후의 매이저리그 데뷔를 기다리는 팬들은 이정후가 데뷔전부터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13경기 타율 3할4푼3리(35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6득점 2도루 OPS .911을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이정후가 데뷔전에서는 어떤 플레이로 팬들을 열광시킬지 이목이 집중된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