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다웠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선발라인업에 서건창을 9번 1루수로 기용했다. 서건창은 2008년 LG 입단 이후 시범경기에서는 1루수로 나서기도 했지만 정규리그 1루수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황대인과 서건창을 놓고 누굴 기용할 것인지 고민했다. 건창이가 1루와 2루를 같이 맡으면 여러가지로 이득이다. 오늘은 상대 선발 반즈 상대로 2타수 2안타를 때렸다. 큰 점수가 많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서건창을 내는게 유리할 것 같았다"고 1루수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1루수 자원은 이우성도 있고 황대인도 있다. 이 감독은 이우성에게 우익수를 맡기고 서건창을 선택했다. 황대인은 반즈에서 약했던 점을 고려했다. 이미 스프링캠프부터 1루와 2루를 병행 훈련했다. 대타는 물론 내야 멀티 백업요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개막 2경기만에 선발 1루수로 기회를 주었다.
수비도 무난했다. 1루수로 3회말 2사후 유강남의 땅볼을 잡아 양현종에게 토스했다. 5회도 박승욱의 강한 타구를 몸으로 받아냈고 다시 1루를 커버하는 양현종에게 어김없이 볼을 던져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첫 1루수로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가 느껴질 정도로 열정적인 동작을 보였다.
이범호 김독이 칭찬한 대목은 따로 있었다. 0-0으로 팽팽한 6회초 1사 만루 위기였다. 박승욱이 빗맞은 1루 땅볼을 때렸다. 애매한 타이밍이었다. 볼을 잡아 홈에 뿌리지 않고 1루에 던져 아웃카운트 잡았다. 위험 보다는 안전을 택했다. 이범호 감독은 "역시 베테랑이었다. 만일 2점 차 였다면 과감하게 던졌을 것이다. 잘못 던지거나 세이프가 되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안전하게 아웃카운트를 잡는 선택을 했다. 단 한 점만 주고 끝낸 덕택에 역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석에서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2회말 2사1,2루에서 찰리 반즈의 커브에 루킹 삼진을 먹었다. 피할 정도로 몸쪽 높게 들어갔으나 ABS는 존을 통과한 것으로 인식했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로 높은 볼이었다. 심판에게 하소연하는 듯 했으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0-0이던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기습번트를 댔다. 중반 한 점 차 승부에서 출루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상대 3루수가 미리 간파하고 달려들어 아웃됐다. 어떡하든 출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0안타 대기록 보유자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루키 같은 베테랑이었다. 후배들에게는 살아있는 교본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