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15년 만에 개막시리즈 스윕을 이끌었지만 기쁨보다는 반성이 앞섰다. 삼성 라이온즈의 캡틴 구자욱(31)이 그만큼 성숙해졌다.
구자욱은 지난 2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개막시리즈 2차전에 3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3타점 1볼넷으로 팀의 11-8 승리를 견인했다. 개막전 4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 활약을 비롯해 연이틀 중심타선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팀의 2009년 이후 15년 만에 개막 2연전 스윕에 큰 힘을 보탰다.
경기 후 만난 구자욱은 “KT가 강팀이라 최근 몇 년간 약세를 보였다. 그런데 우리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 더 컸던 것 같다. 분위기도 더 좋았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부활한 왕조 응원가 ‘엘도라도’를 들은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구자욱은 “소름 돋는 순간이었다. 전율을 느꼈고, 엄청 기분이 좋았다. 팬들도 오래 기다리셨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재미있게 불러주신 거 같다”라며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느낌도 받았다. 자주 울려퍼질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자욱은 대구고를 나와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2순위로 삼성맨이 됐다. 군 복무를 거쳐 2015년 데뷔해 신인왕을 차지한 뒤 2021년과 2023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구자욱은 이에 힘입어 2022년 2월 5년 총액 120억 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고, 입단 12년차인 올해 주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삼성의 개막 2연전 스윕 뒤에는 캡틴 구자욱의 특별한 리더십이 있었다. 구자욱은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침체된 분위기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라며 “감독님께도 이런 부분을 요청 드렸는데 재미있게 야구하자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나 또한 선수들에게 조금 더 즐겁게 하자고 강조했다. 내가 먼저 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주장을 맡으니 마인드 또한 이전보다 한층 성숙해졌다. 구자욱은 “주장을 해보니 ‘이전부터 내가 이런 역할을 했었어야 했는데…’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동안 나이가 어렸다고 핑계만 댔던 거 같다. 내가 라이온즈에 가장 오래 있었고, 많은 경기에 나간 거 같은데 그럴수록 더 솔선수범했어야 했다. 내가 이제 이런 역할을 해야 할 위치가 됐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구자욱의 개막 2연전 기록은 타율 4할2푼9리(7타수 3안타) 3타점 2볼넷 1득점. 주장을 맡아 타석에서도 한층 여유가 생겼다. 그는 “안 좋다고 안 좋은 걸 내색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싫었다. 그런데 감정 컨트롤이 마음대로 안 됐다”라고 털어놓으며 “주장을 맡고 나니 감정 컨트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못했을 때 빨리 잊게 된다. 주장이 적성에 맞는다”라고 설명했다.
구자욱은 남은 142경기 또한 개막 2연전에서 그랬듯 솔선수범하며 젊은 사자군단이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구자욱은 “어떻게 해서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마인드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물론 지금까지 피곤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낫다”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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