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5000만원에 영입한 ‘우승 포수’ 이재원(37)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화 안방이 아주 든든해졌다.
한화가 지난 24일 잠실 LG전에서 8-4로 시즌 첫 승을 거둔 데에는 이적 이후 첫 선발 포수로 나온 이재원의 역할이 컸다. 안정된 리드와 포구로 투수들의 호투를 이끌어냈고, 기대 이상 도루 저지 능력도 돋보였다. 3회 신민재의 2루 도루를 잡아냈고, 6회 박해민에게 도루를 내주긴 했지만 비디오 판독으로 번복되기 전 아웃 판정을 받을 만큼 간발의 차이였다.
개막전에서 무려 6개의 도루로 한화 배터리를 흔든 LG 주자들을 억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22년(.098), 2023년(.154) 최근 2년간 저조한 도루 저지율을 보였지만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으로 프레이밍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는지 송구 동작이 간결하고 빨라졌다.
타석에선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지만 전반적인 타구의 질이 좋았다. 5회 무사 1,2루에서 페이크 번트 슬래시로 타격 전환한 것이 3루수 정면으로 향하는 직선타가 됐지만 날카로운 타구였다. 9회에도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지만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시범경기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첫 날부터 홈런을 터뜨리는 등 6경기에서 타율 4할5푼5리(11타수 5안타) 1홈런 2타점 2볼넷 2삼진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백업 포수 자리를 놓고 박상언과 경쟁했는데 최원호 한화 감독이 외면하기 어려운 성적을 냈다.
최원호 감독은 “그 연봉에 이런 선수를 어디서 데리고 오나. 이 정도 경력 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게 쉽지 않다”며 “SSG 있을 때보다 모습이 좋아졌다. 타격도 그렇고 수비도 더 좋아졌다. 개인적으로도 만족한다. 가성비 최고 아닌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재원은 2006년 1차 지명으로 SK에 입단한 뒤 지난해 SSG까지 18년을 한 팀에 몸담은 원클럽맨이었다. 주전 포수로 2018년, 2022년 SSG의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도 이끌었다. 공격형 포수 이미지가 강하지만 투수들에겐 리드 능력을 인정받는 포수였다. 그러나 2022년부터 공수에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SSG의 코치 제안을 받았다. 은퇴 종용이었다.
원클럽맨으로 은퇴할 수도 있었지만 이재원은 선수로서 명예 회복을 하고 싶었다. 자진 방출 후 한화의 제안을 받아 1군 최저 연봉 수준인 5000만원 계약했다. “많은 고민을 했다. (SSG를 떠난 게) 아쉽지만 야구를 하고 싶었다”는 게 이재원의 진심이었다. 지난해 최재훈, 박상언 2인 체제로 1군 안방을 운용한 한화는 포수 뎁스 강화 차원에서 이재원을 데려갔다. 지난 2년간 부진으로 인해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연봉이 5000만원밖에 되지 않아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독하게 의지를 다지고 준비한 이재원은 시범경기를 통해 반등 가능성을 알렸다. 올해 ABS 도입도 도루 저지가 약했던 이재원에겐 호재였다. 시범경기 때 그는 “베이스가 커져 주자가 유리한 부분도 있지만 포수로서 (ABS가 들어와) 던지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송구를 어떻게 빨리 할 수 있을지 김정민 배터리코치님과 겨울에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간절함이 크다. 지난 19일 시범경기를 마친 뒤 출정식 때 이재원은 “전 팀에서 나올 때 힘들었는데 그걸 꽉 잡아주신 팀이 한화 이글스다. 정말 보답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는데 시즌 준비 과정부터 개막 초반까지도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최원호 감독은 “옛날 포수들은 일주일에 6경기씩 풀로 다 뛰었지만 요즘은 1~2경기 정도 쉬어줘야 한다. 옛날 같이 백업 포수가 아닌 제2의 포수로 개념이 바뀌었다”며 이재원을 일주일에 1~2경기 활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지금 페이스라면 이재원을 일주일에 2경기는 볼 수 있을 듯하다. 올해 KBO리그 가성비 최고의 선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