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프로야구는 다시 홈런의 시대가 될까.
지난 23~24일 열린 KBO리그 개막 2연전 9경기에서 총 18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아직 표본이 많지 않지만 시범경기 때 공인구 반발력 상승을 실감한 선수들의 느낌이 들어맞는 분위기다.
시범경기 기간 선수들 사이에선 공인구 반발력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한 선수는 “작년에는 공이 진짜 안 뻗는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다르다. 공이 너무 잘 날아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도 “수비할 때 타구 속도도 빨라진 느낌을 받는다”고 동조했다.
실제 지난 22일 KBO가 발표한 단일 경기사용구 1차 수시검사 결과 반발계수는 평균 0.4208로 나타났다. 합격 기준(0.4034~0.4234)을 충족하지만 지난해 평균 반발계수(0.4175)보다 0.0033 높아진 수치였다. 보통 반발계수가 0.001 높으면 비거리가 약 20cm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60cm 이상 더 날아간다는 계산이 된다.
KBO 공인구 반발 계수가 0.42대로 올라온 것은 2019년 5월 2차(0.4252) 검사 때 이후 5년 만이다. 이후 2019년 3차(0.4105), 2020년 1차(0.4141), 2차(0.4153), 2021년 1차(0.4190), 2차(0.4108)까지 0.41대를 유지하다 2022년 0.4061로 떨어졌다. 지난해 0.4175로 다시 올라왔고, 올해는 더 높아졌다.
2018년 역대 한 시즌 최다 1756개(경기당 2.40개)의 홈런이 터지자 KBO는 2019년 투고타저 완화를 위해 공인구 반발력을 낮췄다. 2019년 1014개(경기당 1.41개)로 줄었지만 2020년 1363개(경기당 1.89개), 2021년 1158개(경기당 1.61개)로 홈런이 또 늘었다.
그러자 2022년에는 공인구 반발계수를 0.40대로 기준치에서 최저에 가깝게 내렸고, 홈런은 1085개(경기당 1.51개)로 소폭 줄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924개(경기당 1.28개)로 10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적은 홈런이 나왔다. 20홈런 타자도 8명으로 2015년 이후 처음 한 자릿수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공인구 반발력 상승과 함께 홈런의 시대가 다시 열릴 것 같은 분위기다. 시범경기 때부터 예견됐다. 46경기에서 홈런 79개가 나와 경기당 1.72개를 기록, 지난해(1.18개)보다 홈런 숫자가 크게 늘었다. 개막전 5경기에서 8홈런이 터지더니 이튿날 4경기에서 10개가 폭발했다. 개막 2연전 평균 홈런 2.0개.
정규시즌 극초반이라 조금 더 봐야하지만 공인구 반발력 상승과 함께 경기 양상에도 변화가 보인다. 지난 24일 SSG는 문학 롯데전에서 6-0으로 앞서다 9회초에만 6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2사 후 SSG 마무리 문승원이 롯데 빅터 레이예스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맞았다. 같은 날 삼성도 수원 KT전에서 11-1로 앞서다 9회말에만 7점을 대량 실점하면서 마무리 오승환까지 급하게 투입해야 했다.
지난 2년간 투수들이 득세한 리그 흐름에 변화가 예고되는 경기들이었다.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으로 당장은 투수들이 유리해 보이지만 타자들이 자신의 존에 익숙해지면 입장이 바뀔 수 있다. 시즌이 흐를수록 다득점 게임, 타고투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각 구단들의 유불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자가 많은 팀이 유리하지만 장기 레이스인 만큼 결국 투수진이 얼마나 버텨주느냐 싸움이다. 어느 정도 점수 차이가 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불펜 뎁스가 뚜거운 팀일수록 시즌 후반 순위표 위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