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태형의 사전에 ‘개막 2연패’라는 단어는 없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에서 보내는 첫 시즌의 첫 단추가 꼬여가고 있다.
롯데는 지난 23~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시리즈, SSG 랜더스와의 2연전을 모두 내줬다. 허망하게 2연패를 당하며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23일 경기에서는 1선발로 낙점 받았던 애런 윌커슨이 5이닝 6피안타(2피홈런) 1볼넷 1사구 2개 8탈삼진 4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승기를 내줬다. 한유섬, 최정에게 던진 실투가 여지 없이 담장을 넘어갔다. 타선이 SSG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3점을 뽑아내면서 어느 정도 공략에 성공했지만 매 이닝 주자가 나간 것에 비하면 점수를 뽑지 못하면서 3-5로 패했다.
이튿날 경기는 선발 박세웅이 5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분전했다. 그러나 타선이 8회까지 침묵했고 필승조 구승민이 최정에게 3점포를 헌납하며 승기를 내주는 듯 했다. 하지만 8회말 무사 만루 위기에서 전미르가 폭투로 1실점만 내준 채 탈삼진 3개로 이닝을 돌려세웠다.
이후 9회초 상대 실책을 틈타 잡은 기회에서 고승민의 3타점 2루타, 레이예스의 동점 투런포 등으로 대거 6점을 뽑으며 0-6에서 6-6 동점에 성공했다. 기쁨도 잠시, 9회말 올라온 마무리 김원중이 에레디아에게 끝내기 홈런을 얻어 맞으며 허무하게 6-7로 패했다.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는 낯선 개막시리즈 2연패다. 2015년 두산 베어스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이후 개막시리즈 전패는 한 번도 당하지 않았다. 두산에서 8년 간 감독 생활을 하면서 개막시리즈 승률은 6할8푼8리(16전 11승5패)에 달했다. 개막시리즈에서 최소 1승은 확보하면서 풀어갔던 김태형 감독으로서는 다소 당황스러운 시즌 시작일 수 있다.
윌커슨과 박세웅을 자신있게 내세웠지만 SSG의 장타력에 속절없이 당했다. 롯데 타선도 23일 김민성, 24일 레이예스가 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전체적으로 응집력이 아쉬웠다. 2경기에서 SSG(18개)보다 많은 19개의 안타를 뽑아냈지만 승패를 가른 것은 홈런이었다. 톱니바퀴가 들어맞지 않으면서 다소 힘든 개막 출발을 맞이하게 됐다.
이제 롯데는 26~28일, 무거운 분위기를 이끌고 광주로 이동해 KIA와 3연전을 치른다. 김종국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계약해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어야 했지만 이범호 감독을 선임해 빠르게 상황을 수습했다. KIA는 올해 5강 후보는 기본,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이다.
롯데는 아껴둔 3년차 좌완 에이스 찰리 반즈가 출격한다. 반즈는 올해 둘째 출산으로 육아에 힘쓰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스프링캠프 없이 개인 훈련으로 몸을 만들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거물급 좌완 투수 조던 몽고메리와 고교 선후배 관계인 반즈는 겨우내 함께 훈련한 뒤 한국에 입국했다. 대학팀과 연습경기, 시범경기 1경기에 등판해 감각을 조율한 반즈였다. 지난 14일 시범경기 대구 삼성전에서 4이닝 68구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 2015년 잠실 NC 2연전(2승)
▲ 3월28일 9-4 승리 / 3월29일 4-1 승리
- 2016년 대구 삼성 2연전(1승1패)
▲ 4월1일 5-1 승리 / 4월2일 6-10 패배
- 2017년 잠실 한화 2연전(1승1패)
▲ 3월31일 3-0 승리 / 4월1일 5-6 패배
- 2018년 잠실 삼성 2연전(1승1패)
▲ 3월24일 3-6 패배 / 3월25일 5-4 승리
- 2019년 잠실 한화 2연전(1승1패)
▲ 3월23일 5-4 승리 / 3월23일 1-11 패배
- 2020년 잠실 LG 3연전(코로나19로 개막 연기, 2승1패)
▲ 5월5일 2-8 패배 / 5월6일 5-2 승리 / 5월7일 9-3 승리
- 2021년 잠실 KIA 2연전(1승)
▲ 4월3일 우천취소 / 4월4일 4-1 승리
- 2022년 잠실 한화 2연전(2승)
▲ 4월2일 6-2 승리 / 4월3일 1-0 승리
- 2024년 인천 SSG 2연전(2패)
▲ 3월23일 3-5 패배 / 3월24일 6-7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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