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 타격왕 후보로도 꼽힌 샌프란시스코 이정후(26)가 연습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안타치고 출루를 했다.
이정후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서터 헬스 파크에서 열린 산하 트리플A팀 새크라멘토 리버 캣츠와의 연습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으로 멀티 출루 경기를 펼쳤다.
메이저리그 팀과 산하 트리플A팀 간의 연습경기였다. 한국으로 치면 1군과 2군의 청백전 개념이다. 이날 새크라멘토 선발은 메이슨 블랙. 샌프란시스코가 2021년 3라운드 전체 85순위로 지명한 유망주. 지난해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에서 29경기 선발 등판해 4승9패 평균자책점 3.71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1회 이정후는 블랙을 상대로 삼진을 당했다. 2볼 1스트라이크에서 포심 패스트볼 2개가 파울이 되며 6구 승부를 펼쳤고 87.2마일(140km) 슬라이더에 헛스윙 하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3회말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앞서 헛스윙 했던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이정후는 초구 88.2마일 체인지업을 지켜본 뒤 2구째 몸쪽 83.6마일(135km) 슬라이더를 타격했고 1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타구속도 95.9마일(154km)의 빠른 타구였다.
이정후는 이후 상대 폭투 때 2루에 갔고 오스틴 슬레이터의 2루수 땅볼 때 3루까지 도달했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투수 땅볼 때 협살에 걸리며 아웃됐다.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3번째 타석에서는 좌완 존 마이클 버트란드를 상대했다. 버트란드는 이정후를 맞이해서 제구가 되지 않았다. 침착하게 지켜보면서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대주자 그랜트 맥크레이와 교체되며 이날 연습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com’은 87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24시즌 각 부문 타이틀 수상자를 뽑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여기서 이정후는 내셔널리그 타격왕 후보에 거론이 됐다.
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내셔널리그 타격왕이 가장 유력하다고 꼽힌 선수는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 말린스)였다. 아라에즈는 2022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3할1푼6리로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2023년에는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 됐고 타율 3할5푼4리로 내셔널리그 타격왕까지 차지했다. 리그를 옮겨가며 2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한 역대 최초의 선수다. 그리고 올해까지 3시즌 연속 타격왕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이틀 홀더 아라에즈를 비롯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이상 LA 다저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MVP급 슈퍼스타들 사이에서 이정후도 내셔널리그 타격왕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 설문에서 어떤 선수가 얼마나 득표를 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정후의 놀라운 적응력을 바탕으로 한 시범경기 활약상을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데뷔 첫 해 144경기 타율 3할2푼4리(552타수 179안타) 2홈런 47타점 111득점 12도루 OPS .812를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정후의 적응력과 천재성은 이때부터 발휘됐다.
이정후는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2022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996의 성적을 남기며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과 리그 MVP를 차지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일찌감치 선언하고 맞이한 지난해,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곧바로 본궤도를 찾았다. 하지만 발목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면서 86경기 타율 3할1푼8리(330타수 105안타) 6홈런 45타점 OPS .861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KBO리그 통산 7시즌 동안 884경기 타율 3할4푼(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OPS .898을 기록했다.
아울러 2017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1년과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존재감을 알렸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정후 영입에 일찌감치 공을 들인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했고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20억원)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 중 역대 최대 계약이었고 구단 역사로 봐도 역대 5번째 해당하는 빅딜이었다.
시범경기지만 이정후는 천재성을 입증하면서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시범경기 초반 옆구리 부상, 막판 햄스트링 부상 등으로 결장을 하기도 했지만 경기력은 메이저리그 새내기라고 믿지 않을 정도로 빼어났다. 지난 24일까지 이정후는 시범경기 타율 4할1푼4리(29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6득점 4볼넷 3삼진 2도루 OPS 1.071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정후는 한 차원 높은 낯선 무대에서 별 다른 시행착오 없이 곧바로 적응해 팀 내에서 가장 정교한 타자로 거듭났다. 그리고 타격왕 후보까지 올라섰다.
항간에는 KBO리그 출신 이정후를 두고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샌프란시스코가 안긴 금액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오버페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범경기 기간 이정후는 모든 의문의 시선을 바꿔놓고 있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또 다른 무대이지만 일단 시범경기에서 더 빠른 구속의 공과 날카로운 변화구에 적응하는 모습은 이정후를 남다르게 봐야 하는 포인트였다.
지난 24일, ‘USA투데이’는 ‘2024년 메이저리그에서 꼭 알아야 할 선수 100인’을 선정하는 코너에서 이정후의 이름을 3번째로 언급했다. 유망주 신인 뿐만 아니라 아시아 또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건너온 선수들을 포함한 이 명단에서 이정후를 두고 ‘한국의 강타자다.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은 혁신적인 자이언츠 오프시즌의 첫 번째 도미노였다. 이정후와 계약한 이후 호르헤 솔러, 맷 채프먼, 블레이크 스넬과 차례대로 계약했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7시즌을 뛰면서 통산 타율 3할4푼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MVP를 수상했다’라고 조명했다.
이제 이정후는 마지막 조율을 앞두고 있다. 오는 26~2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베이 브릿지 시리즈’를 치르고 2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전을 준비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