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차 베테랑도 긴장되는 개막전이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35)은 2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시리즈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1도루의 기록을 남겼다. 팀의 6-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정수빈의 방망이는 1회부터 불타올랐다. 정수빈은 1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NC 선발 신민혁의 초구 143km 패스트볼에 배트를 휘둘렀다. 그리고 이 타구는 우측 담장 너머로 뻗어나갔다. 정수빈의 1회초 선두타자 초구 홈런. 역대 42번째, 개인 첫 번째에 해당하는 진기록이었다.
정수빈의 홈런으로 두산은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두산은 4회 허경민의 투런포가 터지면서 3-0으로 앞서나갔다. 정수빈은 5회 1사 후 우전안타로 출루하면서 멀티히트 경기를 만들었다. 이후 2루 도루에 이어 상대 송구실책까지 유발해 2사 3루 기회까지 만들었지만 득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정수빈은 좌측 중지 손가락을 삐끗했고 7회초 타석 때 김대한으로 교체됐다.
경기 후 만난 정수빈은 “시즌 때 한번씩 이렇게 삐는데 그래도 큰 부상은 아니다. 내일 치료 받으면서 상태를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1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초구부터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정수빈에게는 그 이유가 있었다. 정수빈은 “개막전은 항상 떨리고 설레고 그랬던 것 같다”라면서 “어제 개막전을 치를 때 몸이 좀 경직이 되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16년차 베테랑에게도 쉽지 않은 개막전이었다.
이어 “그래서 경직을 풀어보고자 빠르게 공격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고 초구에 좋은 타이밍에 타구를 만들어내면서 초반에 분위기를 가져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전날(23일) 2점의 리드를 먼저 잡고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시범경기 무패(8승1무)를 달려오다가 개막전에 삐끗했다. 정수빈을 비롯한 주장 양석환 양의지 김재환 허경민 등의 베테랑들이 분위기를 풀어야 했다.
정수빈은 “어제 우리가 절대 못한 경기가 아니다. 시범경기부터 우리 선수들 모두가 컨디션이 좋았던 상태였다. 나쁜 경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면서 “어제는 아쉽게 졌지만 다들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고 오늘 첫 승을 하면서 좋은 출발을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팀을 이끄는 것은 (양)의지 형이나 (김)재환이 형, (허)경민이, (양)석환이 등 베테랑들이도 저희가 더 열심히 해야 어린 선수들도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시즌 초반이라 지켜봐야 하지만 우리 팀이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컨디션이나 기량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39도루로 생애 첫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쥔 정수빈이기도 하다. 도루왕 2연패를 위한 발걸음도 내딛었다. 그는 “타이틀을 수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다. 제가 하던대로 1번 타자로서 나가게 되면 언제든지 뛰려고 준비하고 있다”라면서 “기록들은 시즌 후반에 누가 얼마나 더 열심히 뛰었냐, 얼마나 많이 도전했느냐에 달라질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