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년차 내야수 문현빈(19)이 개막 시리즈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개막전 치명적인 실책으로 패배 빌미를 제공했지만, 다음 날 위축되지 않고 역전 결승타를 때려냈다.
문현빈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원정 경기에 6번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전날 개막전에서 문현빈은 결정적인 실책으로 고개 숙였다. 2-2 동점인 4회말 2사 1루. 문현빈은 문성주의 땅볼 타구를 알까기 실책으로 외야로 빠뜨렸다. 이닝이 끝나지 못하고 2사 1,3루 위기가 됐고, 선발 류현진은 연속 안타를 맞으며 3점을 허용했다. 결국 류현진은 4회를 끝내지 못하고 강판됐고, 한화는 2-8로 패배했다. 1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의 복귀전을 망쳤다.
류현진은 4회가 끝나고 문현빈를 위로했다. 류현진은 "수비 하고 들어와서 내가 '못 막아줘서 미안하다'고 얘기해줬다. 대량 실점으로 선수가 기죽어 있을 까봐, '고개 들고 하라'고 얘기해줬다"고 전했다.
최원호 감독은 "경험 있는 선수들도 긴장하는 개막전 경기다. 현빈이는 2년 차 어린 선수다.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143경기 남았으니까, 편하게 하라고 말했다"고 주전 2루수에 대한 믿음을 보냈다.
문현빈은 24일 경기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는데, 4회 결정적인 적시타를 때렸다. 1-1 동점인 4회 선두타자 채은성이 좌선상 2루타로 출루하자, 문현빈은 중전 적시타로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한화가 8-4로 승리하면서 결승타가 됐다.
문현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날 실책과 류현진의 위로 등에 관해 말했다. 그는 "현진 선배님이 처음에 계속 자기가 못 막아서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뭔가 그런 말 때문에 내가 더 죄송했다. 제 실책으로 인해서 팀 분위기가 확 기울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나 자신에게 좀 많이 분했다. 선배들이나 친구들도 오늘 경기는 오늘 경기고, 내일 경기가 있으니까 계속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고 말했다.
또 문현빈은 "실책을 한 후에 멘탈을 좀 잡아보려 했는데, 점수로 이어지는 실책이었기 때문에, 점수를 주고 나서 좀 더 안 좋았던 것 같다. 현진 선배에게 더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실책 다음 날 경기, 부담은 없었을까. 아니면 만회하겠다는 각오였을까. 문현빈은 "만회해보겠다 그런 건 없었고, 일단 더 자신감 있게 들어갔다. 어제 경기를 이어가면 저에게도 마이너스고, 제가 또 팀을 대표해서 주전으로 나가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오늘 경기는 오늘 경기인 만큼 다시 처음부터 생각하고 자신감 있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실책 다음 날 결승타로 만회했다. 문현빈의 기분도 상당히 바뀌었을 것이다. 그는 "어제 실수해서 기분이 안 좋고, 오늘 잘 쳐서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계속해서 많은 경기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어도 다음 경기에 집중하는 게 더 좋다고 선배님들이 말씀해 주셨다. 이런 걸로 하나하나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이런 걸 계속해서 강조해 주셔서 저도 오늘 했던 거는 또 잊고 다음 경기 준비하는데 더 집중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현빈은 개막 2연전을 되돌아보며 "개막전이고, 정말 첫 경기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뭔가 긴장감도 있었고, 좀 잘하려고 하다 보니까 몸이 좀 흥분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실책이) 첫 경기에 나와서 어떻게 보면 다행이긴 한데, 이번 시리즈를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개막전 수비로는 스타팅을 처음 나갔기 때문에 많이 배운 것 같고, 이번 계기로 마음가짐 등 좀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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