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개막전에서 패배했다. 시범경기 8승1무 파죽지세로 달려나가던 두산은 잠시 제동이 걸렸다. 특히 거칠 것 없이 내달렸던 슈퍼루키 김택연도 데뷔전이라는 장애물에 쓰러졌다.
두산은 2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서 3-4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회 박준영의 선제 2타점 3루타,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무실점 완벽투가 이어지며 경기 중반까지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알칸타라가 6회를 마치고 우측 허벅지 앞쪽 통증을 호소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경기 흐름이 묘해졌다. 당시 알칸타라의 투구수는 66개에 불과했다. 에이스를 빠르게 내려야 했던 상황. 그 다음 투수는 두산이 자랑하는 루키 김택연이었다.
이날 경기 전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의 투입 시점에 대해서 “오늘(23일)과 내일(24일)까지는 최대한 편한 상황에서 등판을 시키려고 한다. 고척에서 스페셜매치를 할 때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공을 던졌지만 그래도 국내 개막전은 응원 문화나 분위기가 다르다”라며 “경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여기 분위기에 스며들고 차분하게 등판을 할 수 있게끔 최대한 편한 상황에서 등판시키려고 한다. 코칭스태프 미팅에서도 오늘과 내일 만큼은 최대한 편하게 해주자는 의견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김택연은 좌완 이병헌 사이드암 박치국과 함께 몸을 풀고 있었다.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을 선택했다. 예상보다 빨랐지만 기대감이 듬뿍 담긴 데뷔전. 그러나 김택연은 메이저리거들을 놀라게 했던 구위와 배짱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얻어 맞았다. 힘있게 주무기인 패스트볼을 뿌렸다. 하지만 손아섭에게 던진 148km 패스트볼이 통타 당했다. 좌측 담장 상단을 맞는 2루타로 연결됐다. 김택연으 당황한 듯 보였다. 뒤이어 등장한 데이비슨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그동안 씩식했던 김택연 답지 않았다. 이후 박건우 타석에서는 피치클락 위반 경고까지 받는 등 흔들렸고 다시 좌전 안타를 허용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무사 만루에서 만난 김성욱은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실점과 아웃카운트를 맞바꿨다. 1사 1,3루. 그리고 서호철을 만나서는 패스트볼 연속 4개를 뿌린 뒤 118km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2사 1,3루를 만들었다. 한 고비만 넘기면 됐다. 그러나 2사 1,3루에서 만난 김형준에게 다시 몸에 맞는 공으로 내줘 2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고 김주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2-2 동점이 됐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는 박민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겨우 잡아내면서 데뷔 첫 경기 첫 이닝을 마쳤다. 1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 블론세이브로 데뷔전을 마쳤다.
험난했던 KBO리그 데뷔전이었다. 이 감독이 말한 것처럼 마냥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승엽 감독은 이튿날인 24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이승엽 감독은 "알칸타라가 66개만 던지고 몸이 안 좋아서 내려가야 했다. 상황이 급해졌다. 몸을 풀고 있었는데 김택연이 가장 준비가 잘 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일단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고 이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등판시켜도 괜찮겠다는 판단을 했다"라고 투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닝 도중 교체도 생각했다. 하지만 1이닝을 끝까지 책임지기로 결정했고 김택연도 벤치의 기대대로 1이닝을 추가 실점 없이 마무리 지었다. 이 감독은"사실 이닝 중간에 바꿀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김택연이 이닝을 마무리 짓게 하고 싶었다"라며 "그 상황에서 뒤로 빠지게 되면 또 패배하는 것이다. 중간에 교체하면 심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투수코치와 상의 끝에 믿어보기로 했다. 더 좋은 선수가 되고 프로에 적응하려면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었고 마지막에 잘 이겨냈다"라고 했다.
한 번의 실패를 했고 1패를 당했지만 두산과 김택연 모두 1패 이상의 소득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언젠가는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과정. 첫 번째 실패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감독은 "첫 출발이라서 너무 중압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좋은 것을 갖고 있는 투수다. 어제는 실력으로 진 게 아니라 첫 등판의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는 자기 페이스를 지키지 못하고 약간 업이 된 상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무래도 관중이 많으면 흥분할 수밖에 없지 않나. 분명히 좋은 투수기 때문에 차분하게 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 팀과 김택연에게 뼈아픈 실책이고 1패지만 1패 이상 많은 것을 얻은 경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라고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이 험난했던 데뷔전을 잘 추수르기를 바랐다. 이 감독은 "오늘 김택연은 쉽니다"라고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