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 없어도 진짜 잘한다".
KIA 타이거즈 간판타자 최형우(41)가 개막전에 활짝 웃었다. 모처럼 멀티안타에 멀티타점까지 올리며 7-5 승리를 이끌며 해결사의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1544타점으로 통산 최다 1위 기록을 더했다. 동시에 후배들의 경기력에 찬사를 보냈다. 주포 나성범이 빠졌는데도 제몫을 해준 동료들에 대한 경의였다.
최형우는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서 동점 2타점 2루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1회초 최주환에게 선제 2점 홈런을 맞고 주도권을 내주었지만 1회말 1사 2,3루에서 3루수 키를 넘기는 동점 2루타를 터트렸다. 막힌 타구였으나 힘으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 5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볼넷 2개에 2루타를 또 터틀리는 등 4출루까지 제몫을 톡톡히 했다.
역대로 최형우에게 개막전은 흑역사였다. 특히 타점생산이 힘들었다. 지난 2017년 FA 계약을 통해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친정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4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렸다. 이후 작년까지 6년동안 단 1타점도 올리지 못했다. 안타도 적었다. 2018년 kt와 개막전에서 4타수 2안타, 2020년 키움과의 개막전에서 3타수1안타 뿐이었다. 개막전 멀티안타는 6년만이자 타점도 7년만이었다.
최형우의 활약으로 KIA는 2017년 이후 7년 만에 개막전 승리를 거두었다. 홈 개막전 승리는 2015년 이후 9년 만이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가득메운 2만 관중들은 오랜만의 개막전 승리에 떼창으로 환호를 보냈다. 절친한 선배 이범호 감독에게도 귀중한 데뷔전 승리를 안겨주어 기쁨 두 배였다. 직
최형우는 "오랜만에 개막전에서 우리가 이긴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랜마에 개막전을 잘한 것 같아서 더 기분이 좋다. 항상 개막에 못했는데 오늘은 기분이 좋다. 오늘 애들에게도 '나는 어차피 못하니까 너희들이 좀 이겨달라'고 했다. 오랜만에 개막전 이겨보자고 막 부탁을 했다. 다행히 이겨서 좋다. 점수를 주자마자 5점을 뽑았다"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이어 "첫 타석에서 진짜 운이 따랐다. 운이 왔기 때문에 나중에 좋은 타구 나오고 볼넷으로 출루했다. 예전처럼 잡혔다면 오늘 4빵, 5빵으로 끝났을 것이다. 어떻게든 인플레이 타구를 넣으려고 했다. 그냥 맞추기만 하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너무 느렸다. 생각보다 타이밍이 너무 뒤에 있더라. (후라도의) 직구가 나쁘지 않아 맞추기만 하자고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이날 상대선발투수 아리엘 후라도는 작년 KIA 천적 투수였다. 4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다. KIA 타선은 1회 5득점 빅이닝으로 무너뜨렸다 최형우는 "상대투수 후라도가 우리에게 강한 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만큼 다들 자신감이 차 있고 잘 하고 있다. 상대투수가 누구든 우리가 할 것만 하자고 생각했던 같다"고 말했다.
뼈있는 말도 했다. 주포 나성범의 부상 공백으로 위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KIA 타자들은 집중력이 강했다. 김선빈의 역전타, 땅볼 2타점을 만들어낸 이우성의 폭풍주루, 최원준의 달아나는 솔로포, 소크라테스의 쐐기 타점까지 모든 타자들이 제몫을 했다. 불펜도 6회 2사부터 9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위력을 과시했다.
"성범이가 중요하지만 성범이 혼자 야구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후배들이 많이 있다. 걱정 안하고 지금처럼 하면 될 것 같다. '성범이 없는 KIA'라는 말에 자극받을 필요는 없다. 우리 진짜 좋다. 개인들의 능력치도 많이 올라왔다. 일단 시작을 잘 끊었다고 생각한다. 이 분위기로 계속 가야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