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도록 편한 상황에서 등판을 시키려고 한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2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루키’ 김택연(18)의 활용법을 밝혔다.
현재 두산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는 단연 김택연이다. 김택연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시범경기부터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특히 지난 18일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2-4로 뒤진 6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택연은 빅리그 통산 159홈런을 때려낸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93.7마일 포심패스트볼을 가운데에 던져 헛스우이 삼진으로 유도했다. 이후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에 오른 제임스 아웃맨도 풀카운트 끝에 92.5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한가운데로 꽂아넣으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 경기후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인상적인 한국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우완투수 1명이 있었는데 아웃맨이 말하기를 정말 멋진 피칭을 했다고 하더라. 스트라이크존 상위 부분에서 강속구를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팔을 정말 잘 쓰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라고 말했다. 김택연을 지칭했다.
이승엽 감독은 메이저리거들을 만난 뒤 소속팀으로 돌아와서도 전혀 들뜨지 않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전혀 들뜨지 않았다. 그런 성격을 가진 선수가 아니다. 자신의 페이스를 항상 지킬 수 있는 선수다. 평소에도 들뜨거나 이런 성격을 가진 선수가 아니다”라면서 “이제 만 18살이지 않나. 그런데 38살 같다. 출생조사를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다”라면서 김택연의 의젓함을 대견해 했다.
이제 KBO리그 데뷔전을 앞두고 있다. 당장 구위 자체는 필승조 대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은 KBO리그 데뷔전 만큼은 최대한 편한 상황에 등판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감독은 “오늘과 내일까지는 최대한 편한 상황에서 등판을 시키려고 한다. 고척에서 스페셜매치를 할 때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공을 던졌지만 그래도 국내 개막전은 응원 문화나 분위기가 다르다”라며 “경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여기 분위기에 스며들고 차분하게 등판을 할 수 있게끔 최대한 편한 상황에서 등판시키려고 한다. 코칭스태프 미팅에서도 오늘과 내일 만큼은 최대한 편하게 해주자는 의견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는 두산이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진행됐다. 선발 라울 알칸타라는 6이닝 동안 최고 154km의 포심 패스트볼(38개)과 슬라이더 14개, 포크볼 13개, 체인지업 1개 등을 뿌리면서 NC 타선을 압도했다. 6이닝 2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66구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타선은 2회 2사 1,3루에서 박준영의 좌중간 2타점 3루타에 힘입어 2-0으로 리드를 잡고 있었다.
알칸타라가 계속 마운드를 이어가도 충분했던 상황. 그런데 알칸타라가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두산은 그 다음 투수로 김택연을 선택했다. 알칸타라 그 다음 투수로 김택연을 준비시켰던 두산은 갑작스러운 강판 상황이 만들어지자 준비했던 김택연을 그대로 마운드에 올렸다.
경기 후반으로 향하는 7회였고 또 2점 차의 박빙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김택연이 데뷔전에 상대해야 했던 타선은 손아섭-맷 데이비슨-박건우였다. 이승엽 감독은 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리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마주했던 상황은 편안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거도 힘으로 눌렀던 김택연이었지만 KBO리그도 만만치 않았다. 1만7891명의 만원 관중, 그것도 원정에서의 데뷔 첫 등판은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택연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얻어 맞았다. 힘있게 주무기인 패스트볼을 뿌렸다. 하지만 손아섭에게 던진 148km 패스트볼이 통타 당했다. 좌측 담장 상단을 맞는 2루타로 연결됐다. 김택연으 당황한 듯 보였다. 뒤이어 등장한 데이비슨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그동안 씩식했던 김택연 답지 않았다. 이후 박건우 타석에서는 피치클락 위반 경고까지 받는 등 흔들렸고 다시 좌전 안타를 허용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우선 무사 만루에서 만난 김성욱은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실점과 아웃카운트를 맞바꿨다. 1사 1,3루. 그리고 서호철을 만나서는 패스트볼 연속 4개를 뿌린 뒤 118km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2사 1,3루를 만들었다.
한 고비만 넘기면 됐다. 그러나 2사 1,3루에서 만난 김형준에게 다시 몸에 맞는 공으로 내줘 2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고 김주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2-2 동점이 됐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는 박민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겨우 잡아내면서 데뷔 첫 경기 첫 이닝을 마쳤다. 1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
김택연은 데뷔 첫 등판에서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마냥 편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험난했던 데뷔전을 마쳤다.
KBO리그는 겁없는 루키의 데뷔전 제물이 되기에는 높은 벽이었다. 이벤트 경기와 실전 경기는 또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거칠 게 없었던 김택연에게 제동이 걸린 하루였다. 매콤했던 데뷔전을 치른 김택연을 뒤로하고 두산은 승리를 가져오려고 했지만 9회 마무리 정철원이 데이비슨에게 끝내기 적시타를 얻어 맞으면서 3-4로 패했다. 누구도 웃지 못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