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미디어데이 때마다 나왔던 롯데 자이언츠의 포스트시즌 및 우승 공약. 그러나 2017년을 마지막으로 가을 무대를 밟지 못했고, 우승은 이보다 훨씬 더 먼 과거인 1992년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왜 롯데 제21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태형 감독의 우승 공약은 신뢰가 갈까.
롯데 김태형 감독은 지난 22일 롯데호텔 서울 소공동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미디어데이에서 “롯데를 3년 안에 우승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공약을 밝혔다.
2017년 정규시즌 3위를 끝으로 가을 무대를 밟지 못한 롯데는 이듬해부터 작년까지 7-10-7-8-8-7위에 그친 팀을 쇄신할 적임자로 명장 김태형 감독을 전격 선임했다. 3년 총액 24억 원 조건.
롯데는 우승이 그 어느 팀보다 고픈 구단이다. KBO리그 원년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정규시즌 1위 경험이 없으며, 1992년을 끝으로 30년 넘도록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럼에도 LG, KIA와 함께 KBO리그 대표 인기구단으로 군림하며 KBO리그 출범 이후 42년 동안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물론 팬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패턴도 함께 지속됐다.
김태형 감독은 과거 두산 베어스 왕조 시대를 활짝 연 장본인이다. 2015년 부임 첫해부터 2021년까지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고, 그 사이 통합우승 2회(2016, 2019), 한국시리즈 우승 3회(2015, 2016, 2019)를 해냈다.
김 감독의 통산 지도자 성적은 1152경기 647승 486패 19무 승률 .571로, 김응용(1554승), 김성근(1388승), 김인식(978승), 김재박(936승), 강병철(914승), 김경문(896승), 김영덕(707승), 류중일(691승)에 이은 최다승 9위에 올라 있다.
롯데 김태형호는 괌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1, 2차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김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 아래 선수들이 결집했고, 주장 전준우부터 신인 전미르까지 이상적 신구조화를 이루며 시즌 전망을 밝혔다. 물론 지난해 이맘때도 올해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컸고, 실제로 늦봄까지 1위 경쟁을 펼쳤지만 올해는 “진짜 다를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고 있다.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주장 전준우는 “선수들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 많이 끈끈해졌다. 감독님이 이런저런 말씀을 많이 하시지 않았지만 선수들 모두 목표의식이 있다”라며 “감독님이 ‘올해 무조건 4강 간다’, ‘3년 안에 우승한다’라는 틀을 만들어주셔서 각자 생각을 많이 한 거 같다. 그렇게 하려면 준비를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달라진 롯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3년 안에 우승을 말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만 감독님도 다 생각이 있으시니 그렇게 말씀하셨을 것이다. 너무 좋다”라며 “롯데에 처음 오셨지만 한국 야구계에서 엄청 유명하신 명장이시다. 그 동안 야구하면서 감독님 경기도 계속 봤다. 그런 부분이 좋은 영향을 많이 끼치는 거 같다. 선수들이 노력을 더 하려고 한다”라고 김태형 리더십을 언급했다.
롯데 김태형호의 전망을 밝히는 또 다른 요인은 어린 선수들의 약진이다. 최근 몇 년간 시행착오를 거듭했고, 올해가 마침내 날개를 펼칠 적기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전준우는 “작년에 어린 선수들이 많이 뛰었는데 올해 고승민, 나승엽, 윤동희, 김민석 등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많이 나올 거 같다. 원래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었고 가진 게 좋다. 경험을 쌓았으니 조금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라봤다.
마무리 김원중 또한 “최준용, 박진, 최이준, 전미르 등 어린 투수들이 많이 올라왔다. 그 친구들이 가진 재능이 있어서 같이 야구장에서 호흡하면서 부족한 것들을 잘 알려주면 좋은 팀이 될 것 같다”라고 영건들을 주목했다.
그러나 일단 그 전에 1차 목표는 가을 무대에 진출해 우승의 기틀을 다지는 것이다. 김 감독은 “올해 선수들이 가을야구를 목표로 준비를 잘했다. 롯데 팬들에게 말로 하는 것보다 몸으로 보여드리겠다. 꼭 가을야구에 갈 수 있도록 약속을 지키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 감독은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SSG를 상대로 대망의 자이언츠 데뷔전을 치른다. 롯데 기적의 여정의 첫 시작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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