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함께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절도 및 도박 혐의로 해고되면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를 둘러싼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위해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한국에 입국할 때 처음 공개한 아내와 함께 활짝 웃으며 등장했던 오타니는 22일 한국을 떠날 때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지난 22일 ‘ESPN’을 비롯해 미국 언론들은 오타니의 통역 미즈하라가 다저스에서 해고된 사실을 알렸다. 2021년부터 야구를 제외한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미즈하라가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 계좌에서 450만 달러를 절도한 의혹이 제기됐고,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끝으로 오타니 곁을 떠나야 했다.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미국 연방 정부의 조사를 받고 남부 캘리포니아 도박업자 매튜 보이어가 운영하는 업체에 빚을 지고 있는 상태였다. 지난해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오타니 계좌에서 보이어의 동료에게 50만 달러씩 송금된 것이 확인됐다. 미국에서 스포츠 도박은 40개 주에서 합법이지만 다저스가 속한 캘리포니아주에선 불법이다.
당초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다신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기로 했다”며 “오타니는 도박에 전혀 관여 하지 않았다는 걸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타니 변호인 측에서 오타니가 절도의 피해자라고 주장했고, 이에 미즈하라는 자신의 도박 빚에 대해서 오타니가 알지 못했으며 돈을 송금하지 않았다고 발언을 번복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하루아침에 통역이 사라진 오타니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생략했다. 2번 지명타자로 정상적으로 출장했지만 경기를 마친 뒤에는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입을 닫고 꾹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22일 ‘오타니의 친구이자 통역사를 둘러싼 도박 스캔들이 야구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오타니는 침묵을 지켰다. 미즈하라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최소 450만 달러의 돈을 훔쳤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오타니뿐만 아니라 그의 에이전트인 CAA 네즈 발레로, 다저스의 스탠 카스텐 사장과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운영사장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도 “오타니는 현재 리그의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것 외에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즈하라가 왜 발언을 번복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디애슬레틱은 오타니의 법적 절차와 징계 가능성을 언급했다. 돈을 송금한 것만으로도 기소가 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연방 정부는 도박을 하는 사람보다 도박업자들을 집중 추적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계좌에 다르면 오타니가 직접 도박을 한 정황은 없다.
하지만 오타니가 이렇게 불법 도박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리그에서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리그 규정 21조에 의하면 ‘선수, 심판, 구단 또는 리그 관계자나 직원이 불법 도박업체 또는 불법 도박업체의 대리인에게 베팅한 경우 커미셔너가 행위의 사실과 상황에 비춰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사무국은 현재 오타니 문제를 조사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 있다. 디애슬레틱은 ‘사무국은 오타니가 빚을 갚아줬다는 미즈하라의 최초 설명보다 오타니가 피해자라는 변호인 측 주장에 더 신빙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를 크게 키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보다 근본적이고 불편한 질문은 사무국이 리그 수익을 내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오타니를 감히 조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리그가 진정으로 경기의 공정성을 보호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오타니의 정확한 연루 경위를 파악해야 한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가정폭력 정책을 위반한 트레버 바우어에게 장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리는 등 스타들도 징계하겠다고 했다. 바우어보다 훨씬 더 인기와 인지도가 높은 오타니에 대한 엄정한 조사는 리그의 의지를 시험하는 일이 될 것이다’며 오타니에게도 다른 선수들처럼 동일한 기준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디애슬레틱은 ‘만약 오타니가 단순히 불법 도박업자에게 미즈하라의 빚을 갚아준 것이라면 연방법을 위반했을 수 있지만 리그 규정에선 회식지대에 속할 수 있다. 리그 선례에 따르면 벌금형만 받게 될 것이다’며 지난 2015년 마이애미 말린스 투수 자레드 코자트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코자트는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것이 확인된 뒤 사무국으로부터 공개되지 않은 벌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코자트는 야구에 베팅을 하지 않은 것이 정상 참작돼 중징계를 피했다.
야구가 아닌 다른 종목 베팅은 벌금으로 끝나지만 야구에 베팅했을 경우에는 다르다. 소속팀이 아닌 다른 경기에 베팅했다면 1년 자격 정지를 당하고, 소속팀에 베팅했을 경우 영구 제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