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투수’ 류현진이 돌아온 한화 이글스와 시범경기 ‘무패 1위’ 두산 베어스가 새 시즌 프로야구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2024년 KBO리그는 LG 트윈스, KT 위즈, KIA 타이거즈의 3강 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LG과 준우승팀 KT는 모두 마무리투수가 이탈했지만 전반적인 투타 뎁스가 가장 두껍고 전력이 안정화된 팀들이다. 지난해 부상자 속출로 6위에 그쳐 가을야구에 실패했지만 KIA도 기본 전력이 높은 팀이다.
시범경기를 통해 3강 구도를 뒤흔들 팀으로 한화와 두산이 급부상했다. 두산은 8승1무로 시범경기 1위를 차지했고, 한화는 5승3패2무로 3위에 올랐다.
오랜 암흑기를 보낸 한화를 향한 시선이 확 바뀌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FA 안치홍을 영입하고, 2차 드래프트로 베테랑 김강민을 데려온 한화는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의 가세로 타선과 수비를 강화했다. 여기에 스프링캠프 기간 메이저리거 류현진이 전격 복귀하면서 마운드도 크게 강화됐다. 지난 19일 출정식에서 한화는 리빌딩 종료를 선언하며 윈나우 시즌으로의 전환을 알렸다.
상대 감독들도 한화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 스프링캠프 때 염경엽 LG 감독은 “류현진이 돌아온 것이 크다. 10승 이상 할 수 있는 투수이고, 팀이 어려울 때 극복할 수 있는 뎁스가 이전보다 좋아졌다. 선발진만 보면 랭킹 2위 안에 들어간다. 우리보다 셀 수 있다. 안치홍이라는 카드가 더해졌고, 정은원과 하주석까지 살아나면 타선도 어느 팀에도 꿀리지 않는다. 노시환도 이제는 확실히 전성기에 접어들었다”고 한화 전력을 높게 봤다.
이강철 KT 감독도 “한화가 진짜 좋아졌다. 선발, 중간, 마무리 모두 내 눈에는 한화가 제일 좋아 보인다. 류현진이라는 축이 생긴 것이 크다”며 “타자들도 좋다. 외국인 타자가 들어오면서 1번부터 5번까지 다 좋다. 6번을 치는 문현빈도 잘 친다. 헛스윙하는 타자가 많지 않고, 중장거리 칠 수 있는 타자들이 많다”고 경계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 역시 류현진을 두고 “여전히 잘 던지더라. 왜 왔지?”라고 농반진반으로 말하면서 “한화가 무섭다. 류현진도 류현진이지만 류현진을 보면서 같이 운동하고 던지는 방법을 보는 것만으로도 (팀 내 다른) 젊은 선수들에겐 배울 게 많을 것이다. 한화가 굉장히 강해질 듯하다”며 류현진 효과로 한화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예견했다.
예년 같았으면 쓸만한 선수가 부족해 개막 엔트리를 짜기가 어려웠는데 올해는 뎁스 강화 속에 정예 멤버를 추리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시범경기 기간 내내 “누구를 빼야 할지 고민이다”는 말을 자주 했다. 수년간 리빌딩을 통해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고, 베테랑들이 합류하며 신구 조화가 이뤄지고 내부 경쟁 체제가 구축되면서 이제는 5강 전력으로 평가를 받는다. 매년 시즌 초반이 문제였는데 4월까지 분위기를 잘 타면 선두권을 위협하는 다크호스가 될 잠재력이 있다.
한화와 함께 두산도 주목받고 있다.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이 시범경기 초반이었던 지난 12일 “올해 LG, KT, KIA를 3강으로 보고 있는데 난 두산이 강할 것 같다.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생각이 든다”고 콕 집어 두산을 우승 후보로 지목했는데 그 이후 두산이 5경기를 더 이기면서 발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두산은 시범경기에서 8승1무로 한 번도 지지 않고 ‘승률 100%’로 끝마쳤다. 1995년 롯데(5승1무), 1999년 한화(5승)에 이어 역대 3번째 시범경기 무패 1위. 경기수가 가장 많다는 점에서 올해 두산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표본이 적은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에 그대로 이어지진 않지만 2001년 이후 시범경기 1위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60%로 아예 상관 관계가 없진 않다. 지난 2년간 부진했던 4번타자 김재환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고, MLB 월드투어 스페셜 게임 LA 다저스전에서 강렬한 투구로 메이저리그 시선을 사로잡은 특급 신인 김택연의 가세로 마운드 전력도 상승했다.
한화와 두산 모두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큰 부상자 없이 순조롭게 준비 과정을 마쳤다. 반면 주포 나성범이 시범경기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부분 손상 부상을 당해 최소 개막 한 달은 뛰기 어려운 KIA의 초반 레이스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화와 두산이 3강 구도를 깰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