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고액에 입성한 ‘일본 괴물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6)가 데뷔전에 1이닝 만에 강판되며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야마모토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러진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 두 번째 경기에 선발등판, 1이닝 4피안타 1볼넷 1사구 2탈삼진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1회 시작부터 1번타자 잰더 보가츠에게 초구 안타를 맞더니 몸에 맞는 볼, 3루타, 볼넷으로 4연속 출루를 허용하며 시작부터 완전히 꼬였다. 1회에만 무려 43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뺀 야마모토는 2회 시작부터 마이클 그로브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최고 96.6마일(155.5km), 평균 95.4마일(153.5km)까지 나왔지만 스트라이크(23개), 볼(20개) 비율이 엇비슷할 정도로 커맨드가 나빴다. 포심 패스트볼(14개), 커터(11개), 커브(10개), 스플리터(8개)를 던졌지만 전부 안타를 맞을 정도로 밋밋했다.야마모토의 포심 패스트볼을 친 타구의 평균 속도가 101.9마일(164.0km)에 달할 정도로 하드 히트 허용이 많았다.
MLB.com에 따르면 1901년 이후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1이닝 이하 5실점을 기록한 다저스 최초 선수가 된 야마모토는 1958년 랄프 모리엘로(⅓이닝 3실점) 이후 다저스 소속 선발 데뷔전 최소 이닝 불명예까지 썼다.
다저스는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6타점 1볼넷으로 활약한 무키 베츠를 앞세워 추격전을 벌였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다저스의 11-15 패배와 함께 야마모토가 데뷔전에서 패전을 안았다. 평균자책점 45.00.
경기 후 통역과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야마모토는 “처음 시작부터 좋지 못했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오늘 경기를 되돌아본 뒤 분위기를 바꿔 다음 경기에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야마모토는 “세트 포지션에 들어간 뒤 투구가 굉장히 흔들렸다. 수정해야 할 포인트를 확실하게 알고 있다. (마크 프라이어) 투수코치에게 조언을 받으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것이다”고 말했다.
좋은 경험이라고 하기엔 패배의 아픔이 너무 크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높다. 야마모토는 “경기에 패한 만큼 굉장히 분한 마음이 든다. 팀이 패한 것에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시즌은 매우 길고, 앞으로 열심히 좋은 피칭을 해서 팀에 공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경기 전 절도 및 도박 혐의로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해고된 오타니 쇼헤이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야마모토의 통역은 아니지만 같은 일본인 선수로서 미묘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오늘은 경기에 등판하는 날이라 그와 관련해 얘기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아는 정보도 별로 없다. 잘 모르는 상태”라며 “그 일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답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에게도 같은 질문이 들어왔다. “며칠간 여러 일이 있긴 했지만 그걸로 경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대답한 로버츠 감독은 “야마모토의 구위가 문제는 아니었다. 커맨드가 부족했다. 전체적인 커리어를 봤을 때 야마모토의 모습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다시 커맨드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금방 회복할 수 있는 선수라 생각한다”고 신뢰를 표했다.
긴장감이 큰 데뷔전이라는 요소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로버츠 감독은 “야마모토를 향해 많은 기대가 있었고, 흥분됐을 것이다. 1회 첫 안타가 조금 충격이 됐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투구였기 때문이다”며 “다음 경기에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고 자신했다.
이어 로버츠 감독은 “한국에서 개막 2연전은 우리 팀에 플러스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을 했다. 1승을 챙겼고, 큰 부상 없이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인기를 조금 더 끌어올리는 데 일조할 수 있어 좋다. 환대해준 팬들과 관계자 여러분 덕분에 개막을 잘 치를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서울시리즈 개막 2연전을 1승1패로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다저스는 한국시간으로 24일까지 휴식을 취한 뒤 25~27일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 마지막 3연전을 갖는다. 25~2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2경기를, 27일 에인절스타디움에서 1경기 치른다. 이어 28일 하루 쉬고 난 뒤 29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상대로 홈 개막전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