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박찬호(51) 특별고문이 팀을 이끄는 김하성(29)의 리더십에 감탄했다.
박찬호는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시즌 개막전에 시구자로 나섰다.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시즌 개막전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서울 시리즈를 개최하면서 한국은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린 12번째 국가가 됐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이 해외에서 열리는 것은 멕시코 몬테레이, 일본 도쿄, 푸에르토리고 산후안, 호주 시드니에 이어서 서울이 역대 5번째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찬호는 한국인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기회를 만들어낸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1994년 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통산 17시즌(1994~2010년) 476경기(1993이닝) 124승 98패 20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다. 2010년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무리한 박찬호는 2011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뛰며 7경기(42이닝) 1승 5패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고 2012년에는 한화에 돌아오며 KBO리그에서 커리어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 마지막 시즌 성적은 23경기(121이닝) 5승 10패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했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124승은 아직까지 아시아 투수 최다승으로 남아있다.
박찬호는 시구 전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부터 일어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딱 1구를 던지는데 한 경기를 다 던지는 것처럼 긴장된다. 아마도 너무나 뜻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 30년 전에는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사실 쉽지 않고 어려웠다. 마이너리그 있을 때부터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배우고 헤쳐나가야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일들로 내가 성장할 수 있었다. 그 결실이 30년 후에 한국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역사가 됐다. 이 글러브도 30년전에 썼던 글러브를 박물관에서 갖고 왔다. 의미 있는 시구에 나선다. 너무 뜻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라고 시구에 나서는 소감을 전했다.
개막전에 앞서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박물관에 기증했던 30년 전 글러브와 다저스·샌디에이고가 합쳐진 특별 유니폼을 입고 시구에 나섰다. 시포는 이번 서울 시리즈를 성사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 김하성이 맡았다. 박찬호의 시구에 팬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박찬호의 공을 받은 김하성은 샌디에이고를 이끄는 간판스타 중 한 명이다. 계약 규모는 4년 보장 2800만 달러(약 375억원)로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4000만 달러), 잰더 보가츠(11년 2억8000만 달러),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 달러) 등과 비교했을 때 크지 않지만 열정적인 플레이와 빼어난 수비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419경기 타율 2할4푼5리(1322타수 324안타) 36홈런 153타점 169득점 56도루 OPS .708을 기록한 김하성은 지난 시즌 152경기 타율 2할6푼(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749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수비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한국인선수 최초이자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이다.
박찬호는 “김하성 선수가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할 때 내가 김하성 선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사인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했다. 김하성 선수가 계약을 한 뒤에는 굉장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삼촌이자 보호자 입장으로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았다. 첫 해에는 굉장히 어려운 시즌을 보냈지만 지난해에는 큰 성장을 이뤄내고 한국선수로서 처음으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역사를 만들어냈다.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성숙하고 내면의 인성이 단단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흐뭇했다”라고 김하성의 성장을 높게 평가했다.
“이번에 메이저리그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면서 김하성 선수가 스포츠스타로서 한 팀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모습을 봤다”라고 말한 박찬호는 “작년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모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에는 김하성 선수가 연설도 하고 선수들을 돕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30년 전 나는 말도 못했고 감히 지금 김하성의 모습을 흉내내지도 못했다. 팀 리더 역할을 하고 선수들을 위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는데 선배로서 기쁘고 자랑스럽다”라며 김하성의 위상에 감탄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