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기 왔는지 증명하겠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투수 제임스 네일(29)이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19일 삼성과의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을 마치고 "개막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가득 찬 경기장에서 던질 생각에 기대가 된다.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많은 팬들 앞에서 꼭 증명해 보이도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5이닝동안 4안타와 2볼넷을 내주고 3실점했다. 탈삼진은 4개였다. 1회 유격수로 나선 김규성이 두 차례나 포구 실책을 범하는 통에 26구를 던져야만 했다. 4회는 이성규 좌중간 2루타, 김동진 볼넷을 허용하고 무사 1,2루에 몰렸으나 세 타자를 삼진과 내야뜬공으로 제압하고 실점을 막았다. 5회도 삼자범퇴로 처리하고 등판을 끝냈다. 1회 수비수들의 실책으로 실점은 모두 비자책이었다.
앞선 2경기에서는 다소 공이 몰렸으나 확실히 구속도 빨라지는 등 구위가 올라왔다. 6개의 구종을 구사했다. 투심(25개), 체인지업(14개) 직구(13개), 스위퍼(13개), 커터(10개), 커브(4개)를 섞었다.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사이드로 휘어지는 각이 큰 스위퍼가 위력이었다. 위기에서는 투심으로 내야땅볼을 유도했다. 최고구속은 151km를 찍었다.
80개 가까운 볼을 던지면서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제구도 좋았고 유주자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이 있었다. 이범호 감독도 "구속도 올라왔고 한층 적응된 모습을 보였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시범경기에 세 번 등판해 10⅓이닝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했다. 네일은 26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광주경기에 선발등판할 예정이다.
네일은 "전체적으로 원하는대로 잘 던졌고 결과도 만족스럽다. 80구 안으로 5이닝을 마무리지어 투구수 관리도 잘했다. 정규 시즌에는 투구수를 더 늘릴수 있을 것이다. 날씨가 많이 추웠지만 그래도 구속이 140km 후반대를 유지한 것이 고무적이다. 날이 따뜻해지면 그만큼 구속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1선발 윌 크로우와 함께 외국인 원투펀치로 기대감이 높다. 크로우는 154km의 강속구와 종으로 떨어지는 싱커를 던지는 구위형 투수이다. 이미 23일 개막전 선발투수로 내정을 받았다. 네일은 강력한 맛은 떨어지나 다양한 구종과 투심, 스위퍼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코치진의 판단이다.
특히 두 선수 모두 성격이 좋아 팀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네일은 한국에 온 이유를 증명하겠다고 호언할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외인투수들이 쉽게 하지 않는 발언이다. 혹시 시범경기에서 보여주지 않는 히든카드가 있는지 기대 될 정도의 비장함이었다.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실력으로 증명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