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데이비드 뷰캐넌(필라델피아 필리스)이 시범경기 첫 무실점 쾌투를 뽐냈다.
뷰캐넌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퍼플릭스 필드 앳 조커 머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서 1⅓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이로써 지난달 27일 보스턴 레드삭스전 이후 3경기 연속 실점 마감이자 시범경기 첫 무실점 투구를 기록했다. 뷰캐넌의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6.75에서 5.63으로 하락했다.
0-0으로 맞선 6회 두 번째 투수로 나선 뷰캐넌은 첫 타자 지오 우르셀라를 내야 땅볼로 가볍게 처리한 뒤 파커 메도우스에게 안타를 맞았다. 맷 비얼링과 스펜서 토켈슨을 연속 삼진으로 제압하며 이닝 마무리. 7회 선두 타자 라일리 그린을 스탠딩 삼진으로 잡아낸 뷰캐넌은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편 뷰캐넌은 2020년부터 4년간 삼성 소속으로 113경기에 등판해 54승 28패 평균자책점 3.02를 거뒀다. 데뷔 첫해 15승 7패 평균자책점 3.45로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타이 기록을 세우며 지긋지긋한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어냈다. 2021년 16승 5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개인 최다승 기록을 작성하며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등극했다.
2022년 손가락 부상 여파로 한 달가량 전력에서 이탈했으나 11승 8패를 거두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에도 12승 8패를 거두며 외국인 선발 특급의 위용을 뽐냈다. 마운드에 서면 든든한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덕아웃에서는 분위기 메이커로 변신하고 젊은 투수들의 멘토 역할까지 소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팬서비스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삼성은 뷰캐넌과 재계약 협상을 이어갔으나 샐러리캡이 꽉 차는 바람에 뷰캐넌의 조건을 만족시켜주지 못했고 4년간의 동행을 마치게 됐다. 삼성은 뷰캐넌 대신 도미니카 출신 데니 레예스와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했다.
뷰캐넌은 아내 애슐리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에게 영상 편지를 보냈다. 그는 "다들 소식을 접했겠지만 저와 제 가족은 삼성으로 돌아가지 않게 됐다. 저와 제 가족은 삼성과 함께 하길 간절히 원했고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으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을 떠나기로 한 게)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저는 팬들이 제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제 가족이 온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많은 사랑을 주셨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뷰캐넌은 또 "아들 브래들리와 딸 릴리 모두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의 환경과 문화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쉬운 결정은 아니었고 지금 제 마음을 굉장히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모두에게 좋은 일만 있길 바란다. 여러분 모두 언제나 제 마음 속에 간직하며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뷰캐넌은 "앞으로 다시 보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제 몸에는 언제나 푸른 피가 흐를 것"이라고 영상 편지를 마쳤다.
뷰캐넌은 필라델피아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신분으로 시범경기를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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