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개막전 선발투수로 유력했던 ‘KBO MVP’ 에릭 페디(31)가 물을 먹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도 선발등판하지 않은 개럿 크로셰(25)에게 밀렸다.
화이트삭스는 오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개런티드레이트필드 홈구장에서 열리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2024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크로셰를 지난 19일 확정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따르면 크로셰는 최근 110년 통틀어 커리어 첫 선발등판을 개막전에 하는 역대 9번째 투수가 됐다.
앞서 1920년 보스턴 브레이브스 에디 이어스, 1925년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 레프티 그로브, 1938년 보스턴 레드삭스 짐 백비 주니어, 1939년 브루클린 다저스 레드 에반스, 1943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알 게르호, 1944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프리처 로, 1981년 LA 다저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 태너 셰퍼스가 시즌 개막전에 커리어 첫 선발등판을 했다. 화이트삭스 구단에선 최초 기록이다.
198cm 111kg 거구의 왼손 강속구 투수 크로셰는 2020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지명된 유망주 출신. 마이너리그를 건너뛰고 2020년 빅리그에 다이렉트 데뷔한 뒤 지난해까지 3시즌 통산 72경기 모두 구원등판, 3승7패15홀드 평균자책점 2.71 탈삼진 85개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54경기(54⅓이닝) 3승5패14홀드 평균자책점 2.82 탈삼진 65개로 필승조 역할을 했다. 2022년은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지난해 복귀 후에는 어깨 부상으로 13경기(12⅔이닝)만 던지며 2패 평균자책점 3.55 기록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첫 등판은 선발로 나섰지만 1⅔이닝만 짧게 던졌고, 이후 3경기는 구원등판했다. 2이닝, 2⅓이닝, 3이닝으로 조금씩 이닝을 늘려가더니 급기야 누구도 예상 못한 개막전 선발로 깜짝 선정됐다. 4경기에서 9이닝을 던지며 7피안타 무사사구 1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코칭스태프의 선택을 받았다. 최고 구속이 벌써 100마일(160.9km)까지 나올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크로셰는 “솔직히 말해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저 선발진에 포함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좋은 활약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지만 매우 겸허한 마음이다. 우리 팀에는 좋은 선수들이 있고, 내가 먼저 선발로 시즌을 이끄는 건 매우 흥분되는 일이다”고 기뻐했다.
페드로 그리폴 화이트삭스 감독은 “크로셰가 선발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구위로 스트라이크존을 두드리며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개막전 선발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원래 화이트삭스의 개막전 선발은 2022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2위에 올랐던 우완 딜런 시즈가 유력했다. 하지만 시즈는 지난 1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고, 지난겨울 2년 1500만 달러에 FA 영입한 페디가 개막전 선발 후보로 떠올랐다.
결과적으로 페디가 코칭스태프에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지난해 KBO리그 MVP로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2년 만에 메이저리그로 복귀했지만 시범경기에서 못 미더웠다. 3경기 선발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5.00. 9이닝을 던지면서 13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4탈삼진 5실점으로 투구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WHIP 1.67, 피안타율 3할8푼2리로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