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시즌 개막 전부터 프로 무대에 갓 데뷔한 새내기 투수들의 활약세가 두드러진다. 한화 황준서, 두산 김택연, 롯데 전미르, KT 원상현이 대표적이다. 소속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이들은 시범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삼성은 예외. 신인 선수를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했고 시범경기에도 기용하지 않았다. 이미 삼성은 다 계획이 있다. 체계적인 신인 육성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삼성은 신인 선수들이 프로 선수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오버 페이스할 경우 부상을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1라운드 우완 육선엽은 퓨처스 무대에서 기초 다지기에 한창이다. 올 시즌 퓨처스 선발진의 한 축을 맡게 될 그는 차츰차츰 투구수를 늘리는 중이다.
지난 19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육선엽은 “현재 컨디션은 아주 좋다. 아픈 데도 없고 투구수를 늘려가는 과정인데 다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한 덕분일까. 입단 후 몸이 더 좋아진 모습이었다. 이에 “몸무게는 빠졌지만 골근격량은 늘어났다. 운동할 때 가동 범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 퓨처스 스프링캠프에서 올 시즌을 준비했던 육선엽은 ‘끝판대장’ 오승환을 비롯해 백정현, 장필준, 김대우 등 베테랑 투수들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한 훈련 태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선배님들께서 운동하시는 걸 보면서 이렇게 해야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특히 오승환 선배님은 웨이트 트레이닝할 때 자세가 가장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승환 선배님이 훈련하시는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여쭤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차마 말을 걸지 못했다. 많이 아쉬웠지만 1군에 가면 많이 여쭤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강영식 퓨처스 투수 코치는 “육선엽이 컷패스트볼을 새롭게 연마 중인데 습득 속도가 아주 빠르다. 마치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고 표현했다. 삼성의 1라운드 지명을 받고 나서 “데이비드 뷰캐넌에게서 컷패스트볼을 던지는 요령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던 육선엽은 “혼자 연습하고 있는데 나름 괜찮은 것 같다. 휘는 각도는 나쁘지 않은데 원하는 코스에 꽂아 넣기 위해서는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코치님께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고 공격적인 투구를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신다. 선발 투수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실행 비율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준서, 김택연, 전미르 등 입단 동기들의 활약은 육선엽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됐다. 특히 태극마크를 달고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상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확실한 동기 부여가 생겼다. “저 역시 (시범경기와 MLB 월드 투어 스페셜 매치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자칫 무리했다가 부상 당할 수 있으니 차근차근 잘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메이저리그 선수 신분으로 한국에 와서 친구들과 맞붙고 싶다”. 육선엽의 말이다.
전미르는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육선엽에게서 너클 커브를 배운 게 큰 도움이 됐단다. 그는 “(육)선엽이가 던지는 걸 보고 너무 좋아 보이길래 알려달라고 했더니 자세히 설명해 주더라. 혼자서 열심히 연습하고 중간에 연락해서 물어보기도 했다”고 고마워했다.
이에 육선엽은 “시범경기를 계속 챙겨보고 있는데 친구들이 잘하더라. 특히 (전)미르의 너클 커브가 좋더라. 제가 가르쳐줘서 잘 던지게 된 게 아니라 미르의 재능이 워낙 뛰어난 덕분이다. 제 이야기를 해준 미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독서도 빼놓지 않는다. 육선엽은 “김성근 감독님의 자서전을 자주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혼자서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대형 거울 앞에 서서 특정 타자와 상대한다는 가정하에 투구 연습을 하기도 한다. 김현수, 오지환(이상 LG), 박건우(NC)가 주요 대상이다. “언젠가는 상대해야 할 선배님들의 타격 동영상을 계속 보는데 정말 던질 곳이 없을 정도로 잘 치시더라. 안타를 맞더라도 최대한 자신 있게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육선엽에게 데뷔 첫해 목표를 묻자 “착실히 준비해 1군에 올라가면 시즌 끝까지 있는 게 목표다. 주눅이 들지 않고 제가 준비한 100%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구속 향상을 목표로 삼았는데 어떻게 하면 구속을 끌어올릴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열심히 하니까 구속은 점점 올라오더라.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점수를 주지 않는 투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 경기 무실점하면 좋으니까”라고 웃어 보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