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잘할 것 같은데…아쉽다. 많이 아쉽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전체 1순위’ 특급 신인 투수 황준서(19) 이야기가 나오자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황준서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다. 마음 같아선 당장 황준서를 선발로 쓰고 싶은데 쓸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나온 아쉬움이었다.
한화는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최종 확정했다. 류현진, 펠릭스 페냐, 김민우,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 순으로 개막 선발 로테이션이 시작된다.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 게임에 나선 ‘팀 코리아’에 차출돼 투구수 빌드업이 부족한 문동주가 5선발로 미뤄지면서 순서에 변동이 생겼지만 원래 마지막 남은 선발 한 자리를 두고 신인 황준서가 김민우와 경쟁하는 구도였다.
최 감독의 선택은 김민우였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 때부터 구위를 끌어올린 김민우가 청백전과 시범경기에서 기세를 이어가자 선발로 낙점했다. 황준서도 지난 10일 대전 삼성전 시범경기에서 안정된 커맨드에 최고 146km 직구, 스플리터를 앞세워 3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 호투했지만 2020~2022년 3년간 풀타임 선발로 경험이 있는 김민우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최 감독은 “민우 컨디션이 제일 좋다.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서 안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준서도 잘할 것 같은데 민우 경력을 무시할 없다. (김민우가) 2~3년 부진했으면 몰라도 작년 한 해 안 좋았다. 구위도 올라왔으니 민우를 먼저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준서를 바로 선발로 쓰지 못한 아쉬움을 진하게 드러냈다. 황준서의 자리가 없는 것에 대해 최 감독은 “아, 잘할 것 같은데 아쉽다. 많이 아쉽다”며 “우리가 전체 1순위로 준서를 택한 것은 좌완 선발이 필요하기도 하고, 즉시 전력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뽑은 것이었다. 그때는 현진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화는 외국인 투수 페냐, 산체스에 문동주까지 선발 3명만 확정된 상태였다. 남은 두 자리를 두고 김민우, 황준서, 이태양, 김기중이 경쟁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2차 캠프 때 류현진이 전격 복귀하면서 선발 자리가 하나 줄었고, 그 직격탄을 황준서가 맞고 말았다. 류현진이 복귀하지 않았더라면 김민우에 황준서까지 모두 선발로 들어갔을 것이다.
최 감독은 “현진이가 와서 선발 자리 하나가 없어졌다. 4명이 두 자리를 경쟁하다가 한 자리로 바뀌었다. 아니었으면 준서를 선발로 결정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당장 황준서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류현진이란 거물이 돌아오면서 한화 전력이 그만큼 강화됐고, 내부 경쟁도 훨씬 치열해졌다. 엔트리 제한이 없는 시범경기 기간에는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었지만 개막 엔트리를 추리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피부로 느낄 경쟁의 압박감이 더 커졌다. 이제 그만큼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야 1군 선발진과 불펜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다. 한화 내부에 휘몰아친 류현진 효과는 선수들의 정신도 번쩍 들게 할 만하다.
당초 황준서에게 선발 자리가 없으면 1군 불펜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구단 차원에서 활용법을 재논의했다. 최 감독은 “구단과 논의를 해서 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불펜으로 바로 쓸지, 아니면 퓨처스에서 선발 수업을 하다 불펜으로 쓸지, 선발 구멍이 났을 때 선발로 쓸지 구단 생각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퓨처스 팀에서 먼저 시즌을 시작해 투구수를 늘리며 선발 준비 과정을 거친다.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들지 못한 게 아쉽지만 황준서도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한 번밖에 안 던졌고, (선발로서) 투구수가 많이 부족해 2군에 갈 거라고 예상은 했다. 컨디션이 제일 좋은 민우형이 당연히 선발로 가는 게 맞다”면서 “나도 컨디션은 좋다. 날씨도 풀리고 있어서 조금 더 빠른 공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기회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팀 코리아 멤버로 메이저리그 최고 전력을 자랑하는 LA 다저스를 상대한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6회 2사에 구원등판, 다저스가 키우고 있는 우타 유망주 미겔 바르가스를 공 4개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91마일(146.5km)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황준서는 “앞에서 (김)택연이가 삼진 2개를 잡아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운 좋게 유리한 카운트에서 세게 던져 삼진을 잡을 수 있었다”고 돌아보며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표팀 형들과 얘기도 많이 하고 친해졌다. 많이 듣고 물어보기도 하고, 야구하는 것도 직접 보고 배우니 확실히 눈이 높아진 것 같다. 좋은 경험이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한 번 입어보니 또 입고 싶다”며 다음 대표팀 태극마크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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