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잘하면 안된다는데...".
KIA 타이거즈 황대인(28)이 주전 1루수 복귀에 강한 열망을 보였다. 2022시즌 91타점을 올리며 주전 1루수로 활약했다. 2023시즌 폭망 수준의 성적으로 1루 자리를 내놓았다. 황대인의 부진으로 1루수는 리스크 포지션이 되었다. 7명이 1루수로 나서는 등 1년 내내 주전없이 무주공산이었다.
시즌을 마치고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생각치 못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선배 이우성이 외야수에서 1루수 변신을 선언하다니 죽기살기로 적응훈련에 나선 것이다. 이우성은 비시즌 기간중에도 별도의 훈련메뉴를 받아 성실하게 수행했다. 스프링캠프와 실전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황대인은 1군 캠프에 가지 못했다. 대신 일본 고치현의 2군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항상 1군 캠프는 떼놓은 당상이었는데 이제는 입지가 흔들린 것이다. 2군에서 어떤 마음으로 훈련했는지는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몸도 달라지고 마음도 근성이 생겼다. 10년차에 2군 캠프 MVP를 따낼 정도였다.
드디어 3월9일 시범경기가 시작되자 이범호 감독은 황대인을 1군에 올렸다. 91타점 타자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기회를 주고 변화의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도 1루수는 이우성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벤치에서 출발한 황대인은 조금씩 응답하는 타격을 보여주었다.
10일 NC 다이노스와의 창원경기에서 2회 투런홈런을 터트렸고 2루타까지 생산했다.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화끈한 신고식을 했다. 이어 17일 광주 KT전 3홈런을 쏘아올렸고 18일 광주 삼성전 2회 솔로홈런을 날렸다. 19일 삼성과의 마지막 시범경기에서는 역전 2타점 적시타에 이어 승부를 결정짓는 중월 스리런홈런까지 작성했다. 3안타 5타점의 맹타였다.
3경기 연속 아치를 그리며 KT 로하스와 함께 시범경기 공동 1위에 올랐다. 타점은 로하스를 제치고 단독 1위에 올라섰다. 막판 무섭게 몰아치기로 존재감을 보였다. 1군 엔트리도 무난하게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이우성과 1루 경쟁을 벌이지만 나성범의 부상 이탈 변수가 생겼다. 이우성이 외야로 다시 나가는 옵션이 발생했다.
황대인에게는 1루수 출전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황대인이 화끈한 타격으로 살아나면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도 "황대인이 시범경기에 합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계속 현재의 컨디션을 유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황대인은 "진짜 준비를 잘했다. 2군 캠프에서 기술적인 것보다 웨이트를 엄청 많이 했다. 체중은 3kg정도 빠졌는데 근육량은 늘었다. 그러다보니 힘도 좋아졌고 스윙할때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2군 캠프의 열심히 하는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나이가 많아서 캠프 MVP를 주신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잘 준비해서인지) 컨디션이 작년 개막때와는 완전히 다른 것 같다. 2022시즌 좋았던 타격폼으로 하고 있다. 시볌경기에서 잘 맞으면 시즌 때 안맞는다고 해서 좀 불안하다. 그래도 시범경기때 못해서 2군 내려가는 것 보다는 지금 잘한 것이 좋다.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1루 경쟁에서 강한 의욕도 보였다. "1루 수비도 솔직히 이겨야 한다. 팀이어도 (선수끼지도) 경쟁이다. 그런데 우성형에게 좋은 것들 너무 많이 봤다. 수비든 방망이든 너무 열심히 노력을 많이 한다. 나에게도 더 좋은 효과가 나온 것 같다. 자극도 된다"며 선의의 경쟁을 예고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