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오지환이 사이영상 2위 투수를 상대로 터뜨린 홈런을 '가장 잊고 싶은 홈런'이라고 했다. 기억에 남겨두고 싶은 홈런이 아닌 정반대다. 왜 그럴까.
LG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시범경기 최종전에서 팀 타선이 14안타를 폭발시키며 12-1로 크게 승리했다.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오지환은 2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2안타가 모두 2루타였다.
2회 무사 1루에서 우선상 2루타로 2,3루 찬스를 연결해 선취점 및 대량 득점의 물꼬를 열었다. 3-0으로 앞선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1사 1,2루에서 우선상 2루타로 1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LG는 8-0으로 달아났다.
경기 후 오지환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ABS존 등 새로 시행되는 것들로 인해 오히려 집중도가 더 높았던 것 같고, ABS존을 좀 알게 됐던 것 같다. 비슷한 공은 공격적으로 더 칠 수 있었다. 우리 팀 성향이 지금 그런 야구다 보니까 나쁘지 않았다"고 시범경기 종료 소감을 말했다.
이어 "지난해 시범경기 때 다쳤는데, 올해는 부상 조심을 생각하고 몸 관리에 더 신경써서 정상적인 시즌을 준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전날(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게임에서 홈런 관련 이야기도 나왔다.
오지환은 0-2로 뒤진 2회말 1사 후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딜런 시즈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141km 커터를 끌어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직구 평균 구속이 155km 파이어볼러인 투수와 첫 대결에서 홈런을 때려냈다.
시즈는 1선발급 에이스 투수. 2021년 32경기 13승 7패 평균자책점 3.91, 탈삼진 226개를 기록하며 에이스 투수로 도약했다. 2022년 32경기 14승 8패 평균자책점 2.20 탈삼진 227개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화이트삭스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고, 33경기 7승 9패 평균자책점 4.58, 탈삼진 214개로 조금 부진했다.
오지환은 샌디에이고와의 경기 경험을 두고 "내가 언제 이런 선수들과 경기를 할 수 있을까. 은퇴하기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진짜 몇 천억 선수들과 같이 경기를 해볼 수 있다는 게 선택받은 일이다. 그리고 김하성 선수가 몇 천억 선수를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로 나가고 있다는 게 진짜 대단한 것 같고, 어린 친구들한테 하성이가 진짜 꿈을 심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진짜 감사하게 생각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홈런을 치고 베이스 돌다가, 유격수 김하성이랑 눈이 마주치며 서로 빙그레 웃었다. 앞서 김하성은 2회초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유격수로 최고 자리에 오른 두 선수가 한 경기에서 나란히 홈런을 쳐 야구팬들도 흐뭇했다.
그런데 오지환은 홈런의 짜릿함 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나 보다. 홈런에 대해 오지환은 “개인적으로 하성이가 잘하면 잘할수록 좀 아쉬움이 남더라. 이미 (FA, 다년) 계약을 해서 돌이킬 수 없지만, 그래도 빨리 잊고 싶은 기억이다"고 홈런을 잊고 싶다고 했다.
이어 “사실 잘 쳤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서, 그 투수가 사이영상 2위를 했다는데, 그런 의미보다는 그냥 좋은 타이밍에 맞았고, 재미있었던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집에 와서도 아내랑 그런 얘기를 했다. ‘지금 현재가 더 행복하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처음으로 잊고 싶은 홈런이다’ 그런 얘기를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금 더 일찍 미국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갖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것이다. 어릴 때 좀 더 일찍 깨달았으면 하는 아쉬움의 표현이냐 묻자, 오지환은 동의했다. 그는 “나에겐 그런 선배들이 없었기에 좀 아쉽지만, 그래서 어린 친구들은 하성이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야 된다고 본다. 이정후, 고우석이 미래에 대한 것을 한국 야구에 열어줬기 때문에, 현진이 형한테도 마찬가지고, 항상 그런 선배들이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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