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치더라.”
천하의 류현진(한화)도 헛웃을을 짓게 했다. 표본은 적지만 빅리그 시절부터 천적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빅터 레이예스(롯데)를 향한 얘기였다.
지난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류현진의 시범경기 마지막 리허설. 류현진은 타선의 14득점 지원을 등에 업고 5이닝 76구 6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2실점의 호투를 펼치면서 정규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3회 우익수 임종찬의 실책성 수비를 제외하면 크게 문제삼을 게 없는 최종 리허설 무대였다. 다만, 류현진을 헛웃음 짓게 하고 까다롭게 만든 인물이 있었다. 빅리그 시절에 자신을 괴롭혔던 레이예스였다.
류현진이 12년 동안 한국을 떠나 있으면서 현재 리그에서 뛰는 대부분의 타자들은 류현진과의 만남이 생소하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 류현진을 만난 선수가 레이예스였다.
2021년 8월2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경기에 류현진은 토론토의 선발 투수로, 레이예스는 디트로이트의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레이예스는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류현진의 4구째 76.4마일(약 123km) 커브를 받아쳐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타구속도 98마일(약 158km)의 안타였다.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서서 두 번째로 만난 류현진을 상대로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낮은 코스의 79.1마일(127km)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맞대결 결과, 레이예스가 류현진을 상대로 2타수 2안타로 완승을 거뒀다.
이 만남이 관심을 갖게 했고 기록은 무시할 수 없었다. 레이예스는 다시 한 번 류현진의 천적임을 한국에서 확인시켜줬다.
1회 1사 1루 타석에서 1볼 2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레이예스는 6구째 142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때려냈다. 정타 코스였다. 그리고 3회 2사 1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도 레이예스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6구째를 받아쳐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상대전적에서 4안타를 치게 된 레이예스다.
5회 맞이한 3번째 타석에서는 류현진이 승리했다. 레이예스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이날 맞대결을 마무리 지었다.
총액 95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10만 달러, 인센티브 25만 달러)에 롯데와 계약한 스위치히터 외야수 레이예스는 타선에서 힘 있는 타격들을 해줘야 한다. 거포가 부족한 타선의 특성상 레이예스는 홈런을 많이 때려줘야 한다.
하지만 전형적인 거포 유형의 타자는 아니다. 롯데는 레이예스를 “라인드라이브의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중장거리 타자에 가깝다”라고 소개했다. 레이예스는 지난 2018년부터 5시즌 동안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소속으로 타율 2할6푼4리(1214타수 321안타) 16홈런 107타점 OPS .673의 기록을 남겼다. 2018년 가장 많은 100경기에 나섰고 2019년에는 69경기에 나서서 타율 3할4리(276타수 84안타) 3홈런 25타점 9도루 OPS .767로 준수한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에서 128경기 타율 2할7푼9리(502타수 140안타) 20홈런 83타점 OPS .792의 기록을 남겼다.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커리어 최다의 홈런을 기록했다. 36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124개의 삼진을 당했다.
트리플A 시즌만 한정 지을 경우 4시즌 230경기 타율 2할9푼8리(896타수 267안타) 34홈런 156타점 OPS .830에 볼넷 64개, 삼진 193개를 당했다. 거포 유형은 아니지만 선구안에서는 아쉬움을 남긴 지표들이었다. 그러면서 “삼진 비율이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컨택 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선수는 아니다. 스위트 스팟에 맞히는 확률이 높은 선수”라는 게 구단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는 현재, 김태형 감독은 컨택 능력에 대해서는 흡족해 하면서도 섣부른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그는 “컨택은 괜찮은 편이다. 안 만나본 팀들은 모르겠지만 만나본 팀들은 레이예스의 장단점을 어느 정도 파악할 것이다. 만약 약점을 파고 들어갔을 때 이 선수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시즌 때 지켜봐야 한다”라면서 확실한 평가를 유보했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일단 최근 시범경기들에서는 중견수가 아닌 우익수로 주로 출장하고 있다. 14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우익수를 보던 윤동희가 중견수, 레이예스가 우익수로 들어섰다. 15일 경기 레이예스는 대타로 타석에 나섰지만 수비에서 윤동희가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16~17일 한화전, 18일 KT전까지, 레이예스는 모두 우익수로 나섰다. 이제는 포지션 정리가 되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다른 외국인 타자들처럼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령탑의 평가도 아직이다. 과연 레이예스는 롯데가 기대하는 타선의 기둥, 중심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