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은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안방과 같은 곳이었다.
김하성은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2홈런) 4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5-4의 승리를 책임졌다.
김하성은 전날(17일) 팀 코리아와의 스페셜매치에서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던 김하성은 이날 LG 투수들을 상대로 어김없는 ‘평화왕자’ 시절의 포스, 현재 메이저리그 주전 유격수이자 핵심 타자의 위엄을 보여줬다.
김하성은 0-0으로 맞선 2회초 첫 타석부터 방망이를 폭발시켰다. 1회초 LG 선발 임찬규가 잰더 보가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샌디에이고를 적잖이 당황시켰던 상황.
하지만 2회는 달랐다. 선두타자 마차도가 좌익수 방면 2루타를 치고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김하성에게는 익숙한 임찬규를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KBO리그 시절 김하성은 임찬규를 상대로 통산 3할5푼3리(17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으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1볼 2스트라이크에서 6구 승부까지 끌고 갔고 77.9마일(125.4Km) 체인지업을 받아쳐 담장을 넘겼다. 타구속도 103.5마일(166.6km), 발사각도 24도의 매우 이상적인 홈런이었다.
4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서는 임찬규와 2볼 2스트라이크 승부를 펼쳤지만 5구째 낮은 코스의 패스트볼에 헛스윙 하면서 물렀다.
6회초 타석에서는 사이드암 정우영을 상대했다. 정우영을 상대로도 한국 무대에서 5타수 2안타로 강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차도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1사 1루에서 등장한 김하성은 이번에도 2스트라이크 카운트에 먼저 몰렸다. 이번에도 파울로 걷어내면서 7구 승부까지 끌고 갔다. 그리고 몸쪽 87.1마일 체인지업(140.2km)을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다시 한 번 넘겼다. 김하성의 기술적인 타격을 엿볼 수 있었다. 8회초에는 윤호솔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고 7구째 90마일(144.8km) 패스트볼을 받아쳤지만 좌익수 직선타로 물러나야 했다.
김하성에게 고척은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김하성의 커리어가 본격적으로 꽃피운 곳이 바로 고척이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지명 받은 김하성은 2015년부터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그리고 2016년부터 고척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쓰기 시작했다. 고척에서 메이저리그로 떠나기 전 5시즌 동안 342경기를 뛰었고 타율 2할8푼8리(1274타수 367안타) 48홈런 246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KBO리그 통산 133홈런 중 36%를 고척에서 생산해냈고 이 기간 ‘평화왕’ 강정호(은퇴)의 뒤를 잇는 ‘평화왕자’가 탄생했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com’은 ‘데뷔한 곳으로 돌아온 ‘코리안 킹’ 김하성이 홈런을 2개나 쳤다’라고 대서특필했다. MLB.com의 메인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매체는 ‘이 구장은 팬들이 김하성의 응원가를 부르고 일어서서 김하성을 위해 구호를 외치는 등, 김하성에게는 아주 익숙한 곳이다. 그리고 김하성은 KBO시절로 돌아가서 오랜 적들과 다시 조우했다’라고 했다.
이어 ‘LG 트윈스는 한국에서도 자랑스러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팬들 역시 김하성이 스페셜매치에서 체인지업을 받아쳐 투런 홈런을 때려내자 한국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이저리거를 위해 응원했고 함성을 질렀다’라며 ‘김하성은 또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라면서 홈런 상황을 묘사했다.
이로써 김하성은 오는 20~21일 LA 다저스와의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 2연전을 앞두고 타격감을 조율을 마쳤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에서는 11경기 타율 3할8리(26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 OPS .925의 성적을 기록하고 입국했고 스페셜매치에서도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이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