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시범경기부터 예사롭지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전 전승을 달리며 19일 최종전에 관계없이 시범경기 단독 1위를 확정했다.
두산은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한화 이글스를 2-0으로 이기며 8연승을 질주했다.
3번타자 포수 양의지(37)가 연타석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범경기 4경기 타율 1할8푼2리(11타수 2안타) 무홈런 1타점으로 잠잠하던 양의지가 4회와 6회 연타석 솔로 홈런을 폭발, 팀의 2점을 홀로 만들어냈다.
6이닝 4피안타(2피홈런) 3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한 한화 선발투수 펠릭스 페냐를 두 번 연속 공략했다. 4회에는 가운데 낮게 잘 떨어진 133km 체인지업을, 6회에는 몸쪽 낮게 들어온 146km 직구를 받아치며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범경기 1~2호 홈런을 연타석 아치로 장식했다.
경기 후 이승엽 두산 감독은 “양의지가 시즌 개막이 다가오자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자신의 사이클을 잘 올렸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연타석 홈런에 대해 “너무 빨리 나왔다”고 웃으며 “시범경기 마지막에 좋은 타구 몇 개 날려서 준비가 잘 된 것 같다. 치는 것보다 수비가 걱정이었는데 계속 경기를 나가다 보니 개막전에 맞춰 잘 준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이날 등에 뭉침 증세로 등판이 취소된 브랜든 와델 대신 선발로 들어간 박신지가 3이닝 3피안타 1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어 나온 박정수(1이닝 2탈삼진 무실점), 박소준(2이닝 1탈삼진 무실점), 최종인(1이닝 1피안타 무실점), 최준호(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정철원(1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진 불펜까지 무실점 경기를 합작했다.
이날까지 두산은 시범경기 팀 평균자책점 2.50으로 이 부문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5선발 자리를 확정한 김동주(8이닝 1실점 ERA 1.13)를 비롯해 박신지(5이닝 1실점), 김택연(3이닝 무실점), 정철원(4이닝 무실점), 박정수(4이닝 무실점), 이병헌(2⅓이닝 무실점), 김민규(2이닝 무실점), 최종인(4이닝 1실점) 등 젊은 투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양의지는 “조웅천 투수코치님이 오셔서 좋아졌다. 시범경기를 하면서 어린 투수들과 (배터리를) 많이 해봤는데 기량이 많이 늘었다. 구질도 다양해졌고, 좋은 친구들이 너무 많아 깜짝 깜짝 놀란다”며 “겁없이 과감하게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졌다. 볼넷이 많이 안 나오다 보니 결과가 좋다”고 말했다. 시범경기 9이닝당 볼넷도 두산이 2.6개로 10개팀 중 가장 적다.
여기에 타선의 화력도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양의지는 “호주에서부터 팀 전체가 열심히 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작년에 타격이 안 좋았던 것을 다들 알기 때문에 훈련을 많이 하면서 타석에서의 자신감도 생겼다. 결과는 나중 일이니 과감하게 돌리고 있는데 대량 점수도 나오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의 시범경기 1위는 1983년(4승1패 승률 .800), 1990년(3승1패 승률 .750·공동 1위), 1994년(5승1패 승률 .833), 2000년(6승3패1무 승률 .667·드림리그 1위), 2014년(4승2패5무 승률 .667) 이후 10년 만이자 역대 6번째.
1983년 처음 시작된 뒤 지난해까지 총 40번 치러진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87년 해태, 1992년 롯데, 1993년 해태, 1998년 현대, 1999년 한화, 2002년 삼성, 2007년 SK 등 7차례로 아주 많진 않다. 하지만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적은 보장한다. 준플레이오프가 부활한 2001년부터 시범경기 1위(공동 포함)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60%(12/2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