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타석 때 응원가가 흘러나왔고, 치어리더들은 이닝교대시간 축하공연은 기본이고 9회까지 쉬지 않고 응원을 하며 그라운드 분위기를 달궜다. 이는 KBO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미국에서 온 메이저리그 감독들과 선수들에겐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모두 K-응원 문화에 흠뻑 매료된 모습이었다.
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게임. 오후 12시 LA 다저스와 키움 히어로즈, 오후 7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팀 코리아의 경기가 거행된 가운데 다저스, 샌디에이고 감독과 미국 취재진 모두 경기가 끝난 뒤 K-응원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키움을 14-3으로 대파한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고척돔 경기장이 훌륭했다. 모양이 잘 잡혀있었다. 우리가 요구하는 기준보다 훨씬 좋았다. 분위기도 좋았고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치어리더가 경기 내내 열심히 응원해줬고, 모두에게 흥미로운 경기였다”라고 총평했다.
한국 응원문화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도 들을 수 있었다. 야구의 본고장은 미국이지만 응원 문화만큼은 KBO리그가 세계 야구계를 선도 중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KBO리그는 선수 개개인 응원가 제작이 필수이며, 앰프와 북을 동원해 최대한 큰 목소리로 타석에 서있는 선수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낸다. 이와 달리 메이저리그는 비교적 단조로운 응원 패턴과 함께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한다. KBO리그가 역동적이라면 메이저리그는 차분하다.
다저스-키움전부터 K-응원 문화가 빅리거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다저스가 위치한 1루 더그아웃은 국내 응원단장과 함께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치어리더들이 자리해 1회부터 9회까지 열띤 응원을 펼쳤다. 오타니,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등 핵심 선수들의 경우 개인 별 응원가가 흘러나왔는데 오타니 응원가는 과거 ‘떼창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학주(롯데 자이언츠)의 삼성 라이온즈 시절 노래였다. 가사 중 ‘삼성의 이학주’가 ‘오타니 쇼헤이’로 바뀌었다.
경기 후 로버츠 감독은 “(한국 응원 문화로 인해) 방해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키케 에르난데스가 3루에서 수비를 봤는데 그다지 방해를 안 받은 거 같다”라며 “에너지가 있었다. 치어리더를 계속 봤는데 9회까지 쉬지 않고 응원하더라. 미국에서 볼 수 없어 신선했다”라고 밝혔다.
뒤이어 오후 7시 열린 팀 코리아와 샌디에이고의 스페셜매치도 마찬가지였다. 3루 관중석에서 진행된 샌디에이고 응원은 KT 위즈 김주일 응원단장이 맡았는데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 등 파드리스 간판스타들의 응원가를 제작해 다채로운 응원전을 펼쳤다. 김하성의 경우 모처럼 히어로즈 시절 응원가가 고척스카이돔에 울려 퍼졌다.
샌디에이고 마이크 실트 감독은 “특별히 놀란 건 없다. 한국만의 응원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즐길 수 있었다. 클럽하우스도 잘 돼 있었고, 경기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K-응원문화는 미국 취재진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응원문화를 접한 소감을 묻는 질문이 여러 차례 나왔고, MLB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개인 SNS에 김주원 응원 영상을 업로드하며 “한국야구 경기는 미국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소리’를 갖고 있다. 김주원 타석 때 응원가를 들어봐라. 후렴구에 그의 이름이 들어간 노래가 나온다”라고 신기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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