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다음 이닝 투구를 위해 30분가량 기다려야 했다. 류현진이 돌아온 마운드뿐만 아니라 야수진까지 제대로 불붙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투타 ‘뎁스’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화는 지난 17일 사직 롯데전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14-2 대승을 거뒀다. 선발투수 류현진이 5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2실점 호투로 승리를 거둔 가운데 타선이 장단 19안타를 폭발하며 롯데 마운드를 폭격했다.
특히 5회초에만 7득점 빅이닝을 폭발했다. 하주석의 중전 안타를 시작으로 타자 일순하며 12명의 타자들이 들어서 6안타, 3볼넷에 희생플라이 1개를 묶어 7득점했다. 그 사이 롯데는 진해수, 전미르, 김진욱으로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5회초 한화 공격에만 무려 30분 가까이 시간이 소요됐다. 4회말 투구를 마친 뒤 덕아웃에서 잠시 숨을 고른 류현진은 3루 불펜 앞에서 대기 상태로 팀의 공격을 지켜봤다. 공격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류현진은 몸을 풀다 말고 불펜 출입문에 등을 기대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자칫 팔이 식어 투구 리듬이 깨질 수도 있었지만 5회말 다시 올라온 류현진은 정훈과 노진혁을 연속 삼진 잡는 등 삼자범퇴로 투구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시즌 때도 이렇게 점수를 뽑아주면 좋겠다”며 “지금 타자들의 컨디션이 너무 좋은 것 같다. 타자들이 지금 좋은 컨디션과 감각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시범경기에서 한화는 팀 타율(.289) 2위, 경기당 평균 득점(6.9점) 1위에 오르며 타선이 화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주말 롯데전에서 몰아치긴 했지만 주전과 1군 백업 자리를 두고 경쟁 선상에 있는 선수들의 타격감이 제대로 달아오르면서 개막 엔트리를 결정해야 할 최원호 한화 감독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외야 쪽에선 좌익수 정은원 또는 최인호, 중견수 이진영, 우익수 요나단 페라자로 외야 주전이 구성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범경기 들어 임종찬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퓨처스 팀에서 스프링캠프를 보낸 임종찬은 시범경기를 앞두고 1군에 합류했다. 시범경기 8경기에서 타율 5할(18타수 9안타) 1홈런 8타점으로 깜짝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중견수 테스트까지 보며 외야 경쟁에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내야도 주전 유격수와 백업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주전 유격수를 두고 경쟁 중인 하주석(.368)과 이도윤(.389) 모두 시범경기 3할대 중후반 고감도 타격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내야 전천후 백업으로 테스트를 받고 있는 황영묵(.333)도 신인답지 않은 안정감 있는 수비력에 타격까지 살아나면서 개막 엔트리 한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포수 자리까지 치열하다. 주전 최재훈을 뒷받침할 백업 자리를 두고 지난해 1군 풀타임이었던 박상언에 SSG에서 방출된 뒤 넘어온 베테랑 이재원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둘 다 안정된 수비에 나란히 타율 4할 맹타를 치고 있다.
투타 모두 1군 엔트리 경계선에 있는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개막 엔트리 28명을 선정하는 한화 코칭스태프 작업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선수층이 얇아 엔트리 채우는 게 고민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추려내는 게 일이다.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최원호 감독은 “야수 쪽에선 어느 정도 기우는 흐름이 있다. 가능성을 볼지, 아니면 경력을 볼지 이런 선택을 해야 한다. 시범경기가 끝나면 코치님들과 회의를 해서 정해야 한다”며 “불펜투수 엔트리 정하는 게 가장 머리 아프다. 구위들도 괜찮고, 결과들도 괜찮아서 불펜투수 엔트리 선정이 가장 고민된다”고 말했는데 주말을 기점으로 야수진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것 같다. 18~19일 대전 두산전 시범경기 마지막 2연전을 통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현재까지 포수 최재훈, 1루수·지명타자 채은성·안치홍, 2루수 문현빈, 3루수 노시환, 외야수 페라자, 정은원 자리는 확정적인 분위기. 주전은 유격수와 외야 한 자리 선정이 남았다. 백업 야수는 3~5선발투수가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개막 엔트리 특성상 조금 더 데려갈 수 있지만 결국 개막 다음주가 되면 정예 인원으로 꾸려야 한다. 1군 엔트리 28명 중 야수를 15명 쓴다고 해도 현재 시범경기에서 뛰고 있는 야수 21명 중 6명을 빼야 한다. 내야와 외야 그리고 포수까지 백업 자리도 쉽게 점치기 어려운 경쟁의 연속이다. /waw@osen.co.kr
▲ 한화 시범경기 출전 야수(21명)
-포수(3명) : 이재원 최재훈 박상언
-내야수(10명) : 채은성 안치홍 하주석 이도윤 김인환 김태연 노시환 조한민 문현빈 황영묵
-외야수(8명) : 김강민 이명기 이진영 정은원 이원석 최인호 임종찬 페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