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승은 좀 의식하지 않을까요.”
류현진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의 마지막 시범경기
투구수는 총 76개. 스트라이크는 53개, 볼 23개를 기록했다. 최고 144km의 포심 패스트볼 40개, 체인지업 16개, 커브 12개, 커터 8개의 공을 구사했다. 지난 12일 시범경기 KIA전 최고구속(148km)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이를 뛰어넘는 제구력과 안정감을 선보였다.
이날 류현진은 타선의 폭발적인 득점지원을 등에 업었다. 1회부터 롯데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 받은 애런 윌커슨을 무차별적으로 두들겼다. 윌커슨을 상대로 7득점을 뽑아냈고 이후 타선은 쉬지 않았다. 5회까지 14득점을 내면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타선은 장단 19안타 14득점정은원이 3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고 전날 4안타를 친 임종찬도 5타수 3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하주석과 이재원도 멀티 히트. 교체로 등장한 황영묵은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깜짝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류현진은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일단 오늘 투구수 늘린 것을 만족하고 확실한 장타를 안 맞은 것이 괜찮았다. 제구는 지난 등판보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빅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지난해 팔꿈치 수술에서 복귀해 11경기를 던졌고 최다 투구수는 89개였다. 보통 80개 언저리에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제는 한국에서 다시 5일 휴식 로테이션을 하면서 에이스로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베테랑이 된 만큼 회복력도 중요한 상황. 류현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앞선 두 번의 등판 모두 4일 휴식 턴으로 했는데도 괜찮았다. 이번에는 5일을 쉬고 등판할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초점은 오는 23일 열리는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이다. 리허설은 완벽하게 끝났다. 류현진의 정규시즌 등판은 지난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현 키움)전 이후 4182일 만이다. 류현진의 KBO에서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는 시간이 임박해 오고 있다.
사실 류현진은 지난 2012년 빅리그 진출 직전, 달성하지 못하고 간 기록이 있다. 바로 통산 100승이다. 류현진은 한국 무대에서 7시즌 동안 190경기 98승52패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하고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100승에 단 2승 모자랐다. 2012년에 충분히 달성 가능했던 기록이었다.
2012년 류현진은 지독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26경기 선발 등판해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2회,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7회 등 선발투수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다. 8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도 8경기나 됐다. 하지만 류현진이 거둔 승수는 단 9승. 타선이 뒷받침 되어주지 못했다. ‘소년가장’으로서 홀로 분투했던 시기였다. 2012년 10월 4일, 미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경기였던 대전 넥센(현 키움)전 10이닝 129구 4피안타(1피홈런) 12탈삼진 1실점의 대역투는 아직도 회자되는 ‘소년가장’ 류현진을 대변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이제 12년 만에 돌아온 한국무대에서 못 다 이룬 100승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류현진은 “99승은 의식하지 않는데, 100승은 좀 의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베스트 시나리오는 첫 2경기 만에 2승을 거둬 100승을 달성하는 것. 23일 류현진의 복귀전 무대, 그리고 29일 KT와의 홈 개막전 무대에서 차례대로 승리를 거두면 최고의 복귀 시즌 출발을 알릴 수 있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사실 원정 개막전 이기고 홈 개막전까지 이겨서 100승을 하면 좋은 것이다. 일단 2경기 무조건 열심히 할 것이다. 2경기에서 승리를 모두 거두면 베스트 시나리오다. 그렇게 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라고 내심 욕심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