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시즌때도 점수 많이 뽑아줬으면..."
류현진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타선이 무려 19안타 14득점을 뽑아주면서 류현진의 마지막 리허설을 홀가분하게 했다.
투구수는 총 76개. 스트라이크는 53개, 볼 23개를 기록했다. 최고 144km의 포심 패스트볼 40개, 체인지업 16개, 커브 12개, 커터 8개의 공을 구사했다. 지난 등판보다 구속은 덜 나왔지만 이를 뛰어넘는 제구력을 선보였다.
경기 전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의 현재 빌드업 과정에 대해 만족하면서 마운드 위에서는 더 이상 확인할 게 없다고 말했다. 개막전 선발로 못박은 이상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오늘 더 이상 확인할 것은 없다. 난타당한다고 안 쓸 것도 아니지 않나. 오늘 경기 결과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라면서 “아무래도 투구수가 이전보다는 늘어나니까 회복 상태를 지켜보고 괜찮은지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 지금까지 등판 뒤에 피로감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준우를 상대로 2구 만에 127km 체인지업으로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2사 1,2루에서는 1볼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뒤 역시 125km 체인지업으로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위기를 극복하고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1회 20개의 공을 뿌렸다.
2회부터는 확실하게 안정을 되찾았다. 선두타자 김민성을 2구 만에 중견수 뜬공 처리했고 박승욱을 상대로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142km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뽑아냈다. 그리고 이주찬을 상대로는 처음으로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 세우면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3회에도 선두타자 장두성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고 정훈은 3구 삼진으로 솎아냈다. 그러나 2사 후 연속 3안타를 맞았다. 2사 후 노진혁에게 투수 강습 안타를 허용했다. 지난 12일 KIA전에서 두 차례나 타구에 맞았던 류현진은 이날 역시 공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레이예스에게 다시 한 번 우전 안타를 맞으면서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전준우를 상대로는 2볼로 몰렸지만 3구째 142km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로 우익수 방면 뜬공으로 유도했다.
그런데 우익수 임종찬이 낙구 지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타구를 잃어버렸다. 결국 2루수 황영묵이 뒤따라갔지만 아무도 타구를 잡지 못했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류현진으로서는 허망한 실점이었다. 계속된 2사 2루에서 류현진은 스스로 해결했다. 유강남을 상대로 초구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은 뒤 몸쪽으로 패스트볼 2개를 연달아 꽂으면서 3구 삼진을 만들어냈다.
4회에는 단 8개의 공으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선두타자 김민성을 2구 만에 유격수 뜬공 처리했다. 1사 후 박승욱은 초구에 좌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주찬을 상대로는 2스트라이크를 선점하고 3구째 128km 체인지업으로 3루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2사 2루가 됐고 장두성을 133km 커터로 유격수 뜬공 처리했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았다.
5회, 사실상 마지막 이닝에 나선 류현진이었다. 5회 핀포인트 제구력을 선보였다. 선두타자 정훈과는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지만 132km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그리고 노진혁에게는 141km 바깥쪽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을 뽑아냈다. 그리고 앞서 2안타를 허용했던 레이예스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이날 등판을 모두 마쳤다.
경기 후 류현진은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일단 오늘 투구수 늘린 것을 만족하고 확실한 장타를 안 맞은 것이 괜찮았다. 제구는 지난 등판보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역시 스트라이크 존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자신의 원하는 구종들을 확인했다. 그는 "지금 게임 플랜은 함께 하는 것 같다. 시즌이 되면 제가 던지고 싶은대로 던질 것 같은데 지금은 시범경기니까 함께 게임플랜을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전했다.이날 배터리 호흡은 이재원과 맞췄다. 인천에서 이재원과 함께 성장했던 류현진이었지만 이재원이 SK의 당시 1차지명으로 입단했고 1차지명에서 밀린 류현진은 한화에 입단해 전설이 됐다. 지난해 SK에서 방출된 이재원은 한화에 다시 입단했고 류현진까지 복귀하면서 운명처럼 재회했다. 그는 "이재원 선수와 편하게 호흡을 맞췄다. 다른 투수들도 편하게 잘 맞추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류현진이 사직구장 마운드에 섰던 것은 지난 2012년 4월 7일 개막전 이후 4362일 만이었다. 이날 사직구장은 롯데가 개방한 1만3766석이 모두 매진이 됐다. 류현진은 사직의 열기를 다시 한 번 느꼈다. "12년 전 하고 롯데 팬들의 열기는 똑같다고 느꼈다. 어제도 느꼈고 변한 게 없다는 것을 잘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타선은 19안타 14득점을 뽑으면서 류현진의 최종 리허설을 도왔다. 다만 5회초 공격 때 7득점을 하면서 공격 시간이 길어졌다. 덩달아 류현진도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리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지만 류현진은 그런 것 없이 5회까지 자신의 임무를 모두 마쳤다.
류현진은 이에 "지금 너무 많이 점수를 뽑은 것 같다. 시즌 때도 점수를 좀 뽑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지금 타자들 컨디션이 너무 좋은 것 같다. 연습할 때도 저렇게 계속 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타자들이 지금 좋은 컨디션과 감각을 기억하고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제 남은 건 23일 정규시즌 개막전이다. 류현진은 "선발 투수가 할 수 있는 역할, 퀄리티 스타트 등을 하고 점수도 오늘처럼 뽑아준다면 좋을 것 같다"라면서 "타자들도 믿고 수비들을 믿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국 무대에서 100승까지 2승을 남겨두고 있는 류현진이다. 개막전과 홈 개막전을 모두 나서게 되는 류현진 입장에서는 2경기 만에 달성하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 그는 "일단 열심히 할 것이다. 100승은 그래도 좀 생각할 것 같다. 2경기 만에 달성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라고 웃었다.
경기 후 최원호 감독은 "선발투수 류현진이 계획대로 멋진 투구 했다. 목표 투구수도 잘 이행됐고, 5이닝 76구를 던지는 동안 투구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시즌 개막전 준비가 착실하게 되고 있다"라면서 "타자들도 어제에 이어 활발한 공격으로 리드를 이어갔다. 특히 정은원 임종찬이 이틀 연속 맹타를 휘둘렀고, 황영묵도 교체로 들어가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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