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에서는 무적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1군 투수진은 스프링캠프부터 큰 변동 없이 시범경기까지 치르고 있다. 처음 선발된 인원들이 스프링캠프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에게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지금의 1군 투수진 중에서 개막전 명단이 결정될 전망이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투수진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 16일 프로야구 시범경기 사직 한화전에서 6볼넷 2사구, 그리고 17피안타를 헌납하면서 2-8로 패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전까지 롯데 투수진은 흡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고 있었다.
1군과 2군 변화의 폭이 적다. 시범경기에서 다양한 젊은 투수들을 시험해 볼 수도 있지만, 당장 1군에서 활용해야 하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어떤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롯데는 1군에서 던져야 하는 투수들 최종 점검하고 있다. 이 중에서 몇몇 투수들이 개막전 엔트리에서 탈락할 전망이다.
대부분의 명단은 정해져 있다. 선발 4자리(애런 윌커슨, 찰리 반즈, 박세웅, 나균안), 필승조 역할을 할 5자리(김원중, 구승민, 김상수, 최준용, 박진형)는 일찌감치 확정됐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이인복과 한현희가 경쟁하는 5선발 자리, 그리고 불펜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와 롱릴리프 역할을 해줄 선수만 정하면 된다. 나머지 선수들은 이제 2군으로 내려간다.
이제 롯데는 미래를 봐야 하는 팀이 아니기에 현재 전력에 충실히 하고 있다. 1군 투수진 자체가 좋다는 내부 평가는 2군 선수들에게는 당분간 1군 콜업의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2군 내부에서도 “1군 투수진이 너무 좋아서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 아직 1군 투수들도 2군으로 다 내려온 게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1군 투수진의 문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2군 투수진이 희망을 버리고 있는 건 아니다. 2군 투수진도 탄탄해져 가고 있고 언제 어떻게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고 있다.
송원대를 졸업하고 올해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로 지명된 대졸 좌완 정현수(23)가 대표적이다. 정현수는 프로 지명 직전에 더 유명했던 투수다. 야구 예능 프로그램인 최강야구에서 몬스터즈 소속으로 이름을 알렸다. 다른 신인 선수들보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이름이 더 알려진 편이었다. 최강야구의 후광효과는 엄청났다. 물론 실력도 출중했다. 2군 연습경기에서 연일 호투를 펼쳤다. “2군에서는 무적이다”라는 구단 관계자들의 평가는 정현수의 현재 기량을 가늠케 했다.
1군에 올라갈 수 있는 명분은 없었다. 하지만 필승조 역할을 해야 하는 최준용이 MLB월드투어 서울 개막시리즈에 앞서 열리는 대표팀 평가전에 발탁됐다. 1군에 결원이 생겼고 현재 2군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정현수가 콜업 기회를 얻었다.
소중했던 1군 기회. 하지만 정현수는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시범경기라고 할지라도 1군의 벽은 높았다. 16일 시범경기 사직 한화전, 정현수는 2-5로 뒤지고 있던 5회초 팀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최인호-하주석-임종찬으로 이어지는 한화의 좌타 라인을 상대로 쇼케이스가 열렸다. 정현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확인하자 관중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최강야구에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을 이날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강야구의 후광효과, 팬들의 박수와 격려가 정현수의 테스트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정현수는 선두타자 최인호에게 3-유간 깊숙한 코스의 타구를 맞았고 유격수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하주석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1루 주자의 2루 진루를 막지는 못했다. 앤드런 작전이 걸렸다. 하지만 맞아나가는 타구의 질이 심상치 않았다. 결국 임종찬에게 좌중간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이후 우타자인 박상언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면서 1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정현수의 1군 쇼케이스 무대는 아주 짧게 끝났다.
정현수의 후속으로 마운드에 오른 박진이 이도윤에게 안타, 정은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면서 정현수의 책임주자가 홈을 밟았다.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⅓이닝 2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어렵사리 잡은 1군 마운드 기회를 마무리 했다.
프로는 그라운드에서 증명해야 한다. 네임밸류와 특정 TV프로그램의 인기에 기대면 안된다. 물론 정현수는 그에 걸맞는 노력을 했고 2군에서 1군 콜업의 이유를 증명했다. 그러나 프로 무대의 벽은 높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최강야구라는 울타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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