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원(25·두산 베어스)도 김택연(19·두산 베어스)도 모두 프로야구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이 0이다. 당초 정철원의 페이스가 더디게 올라왔으나 김택연의 약진과 함께 정철원의 구위마저 살아났다. 2024시즌 두산의 뒷문은 누가 지키게 될까.
두산은 지난해 마무리 보직과 관련해 시행착오를 겪었다. 홍건희로 시즌을 시작해 신인왕 출신 정철원이 새롭게 자리를 꿰찼지만 그마저도 부진을 거듭하며 시즌 막바지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해야 했다. 홍건희가 FA 계약을 통해 잔류했고, 정철원이 절치부심을 외쳤지만 개막이 6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이승엽 감독은 아직 마무리 보직의 주인을 찾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베어스맨이 된 김택연이 새로운 후보로 급부상했다. 지명 때부터 차세대 마무리감이라는 평가를 받은 그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클로저의 가능성을 보이며 이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진행된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스페셜매치에서 선보인 1⅓이닝 무실점 호투가 인상적이었다. 강심장을 앞세워 일본프로야구 홈런왕 출신 야마카와 호타카를 위기 상황에서 범타로 돌려보냈다.
시범경기 6경기를 치른 두산의 마무리 경쟁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김택연, 정철원 나란히 3경기 2세이브 평균자책점 0(3이닝 무실점)의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김택연은 9일 이천 키움전 1이닝 무실점, 11일 사직 롯데전 1이닝 무실점 세이브, 15일 잠실 KIA전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차례로 기록했고, 정철원은 10일 이천 키움전 1이닝 무실점 세이브, 14일 잠실 KIA전 1이닝 무실점, 16일 인천 SSG전 1이닝 무실점 세이브로 역시 호투했다.
두 선수의 선의의 경쟁에 사령탑의 고민 역시 가중되고 있다. 이 감독은 “마무리 보직은 좋은 고민을 하고 있다. 정철원이 사실 조금 부진했고, 페이스가 더디게 올라왔는데 김택연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지 구위가 올라오고 있다. 선수한테 직접 물어보니 개막에 맞춰서 착실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중이라고 하더라. 진짜 고민스럽다”라고 털어놨다.
김택연이 등장하기 전까지 올해 두산 마무리는 신인왕 출신 정철원이 유력해 보였다. 최근 예비아빠가 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이른바 ‘분유 버프’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19세 김택연이 혜성같이 나타나 신인답지 않은 구위와 담대함을 뽐내며 클로저 경쟁에 불을 제대로 지폈다.
이 감독은 “김택연의 투구를 보면 빠른 공이 홈플레이트 쪽으로 힘 있게 들어간다. 신인답지 않은 좋은 구위를 갖고 있다. 높게 평가한다”라며 “이제 관중이 더 많이 들어올 텐데 들뜨지 않고 스스로 페이스를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시선을 드러냈다.
사령탑은 남은 시범경기 3경기를 통해 마무리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두산은 17일 인천 SSG전, 18~19일 대전 한화전을 끝으로 시범경기를 마무리한다. 이 감독은 “안정감 있게 가는 거보다는 자극을 받는 게 더 좋다. 경쟁자의 페이스가 올라오는 게 보이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시너지효과가 나고 있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2018년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2차 2라운드 20순위 지명된 정철원은 현역 군 복무를 거쳐 2022년 베어스 불펜의 핵심 전력으로 도약했다. 1군 마운드가 처음이었지만 두둑한 배짱과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필승조에 편성됐고, KBO 데뷔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23개)과 함께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다는 신인왕을 차지했다.
정철원은 지난해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새긴 뒤 소속팀으로 돌아와 마무리의 꿈을 이뤘다.
인천고를 나와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로 지명된 김택연은 최고 150km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구속과 함께 안정적인 제구력까지 갖췄다는 평가. 지난해 아마추어 무대에서 13경기 64⅓이닝 동안 7승 1패 평균자책점 1.13 97탈삼진 WHIP 0.66의 압도적 투구를 선보였고, U-18 야구 월드컵에서 8일 동안 5연투 247구를 던지는 투혼을 펼치며 한국 청소년대표팀의 동메달을 견인했다.
투혼보다 혹사 논란으로 주목받은 김택연은 두산 구단의 철저한 관리 속 팔꿈치 및 어깨 회복에 집중했다. 다행히 빠르게 상태가 회복됐고, 동기 전다민(외야수, 6라운드 지명)과 함께 호주 시드니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해 데뷔 시즌을 준비했다. 연습경기 위주로 진행된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에서 남다른 구위와 배짱을 선보인 그는 2024년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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