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크게 응원하셔서...".
KT 위즈 5선발 루키 원상현(19)이 위기에서 무너지지 않고 극복 능력까지 증명했다. 상대편 많은 관중들의 응원소리에 긴장해서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안정감을 되찾아 자신의 구위를 과시했다. 19살 루키답지 않는 현장 적응력이었다. KT에 또 한 명의 겁없는 루키 투수가 등장했다.
원상현은 1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서 위력을 뽐냈다. 성적은 3⅓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이었다. 재미있는 대목은 3안타 2볼넷을 첫 이닝에 내준 것이다. 이후에는 8타자를 퍼펙트로 제압하는 압도적 구위로 돌아갔다.
4-0으로 앞선 6회말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바통을 이어 등판했다. 첫 타자 박찬호를 2루 땅볼로 잡았다. 서건창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김도영 타석에서 어이없는 폭투를 했다. 8000명이 넘는 관중들 앞에서 흔들린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분 KIA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함성이었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김도영에게 유격수 내야안타를 맞아 1사1,3루 위기에 몰렸고 대타 고종욱에게 우전적시타를 내주고 1실점했다. 2사후에는 이창진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맞고 또 한 점을 내주었다. 황대인마저 볼넷을 내줘 만루위기에 봉착했다. 여기부터 배짱이 빛났다. 김태군은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위기를 벗어났다.
김태군을 포함 9회 1사까지 8타자를 상대로 삼진 4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처리했다. 최고 150km짜리 강속구에 파워커브, 체인지업까지 시험하며 완벽하게 제압했다. 우규민에게 바통을 넘기고 당당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흔들린 첫 이닝이었으나 완벽하게 나머지 이닝을 책임졌다. 심장의 두께와 배짱이 이제 갓 졸업한 고졸루키가 아니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전에 "원상현을 개막로테이션 5선발로 내세운다"고 밝혔다. 고졸루키가 흔치 않게 선발진의 한축이 된 것이다. 많은 관중들 속에서 던질 수 있는 등 충분히 선발투수의 능력을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이 감독은 "첫 이닝은 약간 힘들었지만 그 이후에 안정된 피칭을 보여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경기후 "KIA 팬 분들께서 정말 크게 응원하셔서 등판부터 긴장을 많이 했다. 볼넷만 내주지 않았다면 쉽게 이닝을 풀어나갈 수 있었을텐데 상대 타자를 출루시킨 것이 아쉬웠다.오늘 프로와서 처음으로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좌타자에게 잘 통하는 것 같아 더 연마해보려고 한다. 커브는 개인적으로 정말 자신있는 구종이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선발로 믿고 맡겨주셨는데 등판할수록 스태미나도 잘 유지되고 구속도 안 떨어지는 것 같아서 고무적이다. 정규시즌 들어가서도 경기 초반 더 집중하면 좋은 결과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선배님들께 궁금한 부분들 많이 물어보면서 시즌 준비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sunny@osen.co.kr